책이름 : 금강에서
지은이 : 윤중호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구장터 외할아버지 / 미쓰꼬 이모 / 버버리 강씨 / 경운이 성님 / 조성일 / 소년 과부 / 친구 최월용 / 전임 선산부 김씨 / 한철이 아저씨 / 버스 약장수 / 가난한 15代 종손 / 뒷골목 누이 / 河回 동네 늙은이들 / 회자수(劊子囚) / 김동수·홍경자 / 연변 동족 / 사진장이 이돌필 / 재야 소설가 강홍규 / 차력사 김씨
이 시집은 '꽉꽉 밟히고 또 밟혀 / 질겅질겅 밟혀 / 납작납작 엎드린 채'(첫시 「질경이 1」中에서) 살아가는 ‘민중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집은 부 구분 없이 모두 62편이 실렸다. 마지막 시 「차력사 김씨의 썩은 이빨」(79쪽)의 전문이다.
구경꾼이 모두 돌아가고 / 맥주병을 날리던 바른손 뚝살이 심심해지면 / 차력사 김씨의 썩은 이빨이 / 찬물 한 모금에 시큰거린다 / 시큰거린다네 / 아주 공갈 염소똥을 챙기면서 / 떼어놨던 쓸개를 챙기면서 / 시큰거린다네 / 비리고 아린 세월만 자르다가 / 기갈 안 나는 뜬소문만 자르다가 / 마흔이 넘도록 여자 하나 못 물고 / 질긴 가난도 못 잘라냈네 / 한창때는 택시도 물어 끌고 / 만만한 철사도 자르던 이빨이 / 시큰거린다네, 찬물 한 모금에 / 썩은 이빨이 시리다네 / 하루 세끼가 시리다네 / 차력사 김씨의 뿌리가 시리다네
시집은 연작시 모음집이라 할만 했다. 질경이 - 10편, 노래 - 5편, 대설 경보 - 3편, 한강 - 5편, 양수리에서 - 3편, 하회에서 - 2편, 이주 단지에서 - 5편, 사표를 쓰면서 - 2편, 갈대 - 2편. 표제 『금강에서』는 「갈대 1」, 「갈대 2」의 부제 - 겨울, 금강에서 - 따왔다. 그리고 ‘금강’은 두 번 더 등장한다. 「질경이 5」의 끝 부분 ‘성님 옆댕이에 앉아서 금강을 보니, 지랄헌다, 금강이 나보다 먼첨 뻘겋게 눈자위가 무르던걸······’와 「어떤 날에는」의 ‘금강처럼 곱게 흘러가는 날, 신탄진부터’다.
시인 윤중호는 1988년 첫 시집 『본동에 내리는 비』, 1993년 두 번째 시집 『금강에서』, 1998년 세 번째 시집 『청산을 부른다』, 2000년 산문집 『느리게 사는 사람들』을 내고, 2004년 마흔아홉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유고시집 『고향길』이 2005년에 나왔다. 나는 유고시집과 산문집을 먼저 잡았다. 그리고 ‘민중의 낙관성과 생명력에 대한 시인의 연대의식’이 그리워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뒤늦게 찾았다. 오래전에 품절된 시인의 첫 시집 『본동에 내리는 비』를 물색해야겠다.
시집의 말미.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성욱의 「‘뿌리의식’으로서의 시학」이다. 문학평론가는 2002년 마흔두살로 요절했다. 42년의 짧은 삶을 살면서 문학평론가는 민문연·노문연에서 친일문학연구소와 민예총정책연구소에서 젊을을 불살랐다. 그리고 〈노동해방문학〉과 〈문화과학〉의 필진에 참여했다. 2004년 유고집 네 권이 한꺼번에 세상의 빛을 보았다. 2011년 부도난 출판사 〈생각의나무〉에서 나온 품절된 문화평론집 『쇼쇼쇼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를 중고샵을 통해 급하게 손에 넣었다. 그리고 시인의 유일한 산문집 『느리게 사는 사람들』의 첫 번째 장을 장식한 ‘철저한 세상의 야인 강홍규’의 책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도 함께.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런닝구 (0) | 2015.10.12 |
---|---|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 (0) | 2015.10.07 |
감정 독재 (0) | 2015.10.05 |
보길도에서 온 편지 (0) | 2015.10.02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0) | 2015.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