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

대빈창 2015. 10. 7. 07:00

 

 

책이름 :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

지은이 : 이와사와 노부오

옮긴이 : 김석기

펴낸곳 : 살림출판사

 

·가와구치 요시카즈 ; 신비한 밭에 서서 - 들녘

·기무라 아키노리 ; 사과가 가르쳐 준 것 - 김영사

·이와사와 노부오 ;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 - 살림출판사

·후쿠오카 마사노부 ; 짚 한오라기의 혁명 - 녹색평론사

 

자연농법이라는 위대한 삶의 원칙을 고수한 선생들과 이 땅에서 출간된 책이름과 펴낸곳이다. 이 책은 나에게 세 번째 책이다. ‘현대의 노자’라 일컬어지는 자연농법의 효시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책은 떨림과 두려움으로 자꾸 뒤로 미루고 있다. 저자 이와사와 노부오는 2012년 5월에 타계하셨고, 이 땅에서 책은 그 해 한여름 초판본이 나왔다. 그러기에 서문은 2010년 봄에 쓰였다. 나는 초판 1쇄본을 손에 넣었으나 3년이 지나서 펼쳤다.

이와사와 노부오의 자연농법은 ‘겨울 담수법’과 ‘갈지 않고 옮겨 심는 재배법’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재배법은 ‘땅을 갈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없다’와 ‘농약과 비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상식을 뒤집었다. 겨우내 논에 담수하면 식물 플랑크톤부터 동물 플랑크톤, 실지렁이, 모기의 유충 등 생명이 살아있는 논이 된다. 실지렁이의 배설물은 거름을 주지 않을 정도로 영양분이 많으며 땅거죽에 퇴적한 5센티미터의 눅신눅신한 층은 잡풀의 씨앗을 덮어 싹이 트는 것을 억제한다. 그러므로 ‘겨울철 담수법’은 ‘거름 없는 재배법’이기도 하다.

‘갈지 않고 옮겨 심는 재배법’에서 ‘갈지 않기’란 말그대로 논을 갈지 않고 모를 심는다. 벼를 벤 뒤 그루터기를 그대로 남겨두고 겨우내 담수한 논의 그루와 그루의 사이에 새 모를 꼿는 것을 가리킨다. 이 새로운 이앙법을 실행하기 위해 저자는 10년간 노고 끝에 새로운 이앙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저자는 육묘기술로 5.5잎의 자란모를 강조한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 세대가 모를 키운 물못자리의 모를 가리킨다. 지금은 기계모로 2.5잎의 어린모를 모낸다. 이유는 ‘벼는 늘 5장의 잎을 써서 기능을 분담합니다. 위의 2.5장은 몸체를 만들며 생장과 알곡을 만드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아래의 2.5장은 뿌리에 녹말을 보내며 양분의 흡수와 유해물질을 중화하는 등의 기능을 담당합니다.’(157쪽) 이 밖에 책은 담수를 하지 않는 관개농법인 SRI 농법과 이중터널의 수박 조기재배와 넝쿨지지 않는 콩 육묘기술 등 앞서가는 농법 연구자의 진면목이 잘 드러났다.

논은 원래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명 보고였다. 지금 논의 농수로는 기반정비 사업으로 깊이가 1미터나 되는 콘크리트 덩어리다. 이를 오를 수 있는 것은 발에 빨판이 있는 청개구리뿐이다. 내를 중심으로 사는 논의 생물이 희귀해져 송사리는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거기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들러 부어 논은 단일품목 벼를 생산하는 공장이 되었다. 하지만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면 현대농법은 끝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대안농법이 이 책속에 있다. 일본 미야기 현의 다지리 초의 논에 매년 4만 마리의 기러기가 찾아온다. 전 세계 유일의 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주문도의 다랑구지 들녘은 겨울이면 논바닥이 보이지 않은 정도로 기러기 떼가 장관이다. 나는 들녘에 1,200평 논 한 필지를 가졌다. 때가 되면 ‘겨울 담수법’과 ‘갈지 않고 옮겨 심는 재배법’으로 논농사를 짖겠다. 마구잡이 FTA 타결로 빈사 상태에 빠진 이 땅 농업으로 그날이 생각보다 더욱 앞당겨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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