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신강화학파
지은이 : 하종오
펴낸곳 : 도서출판b
남을 사려보는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데라면 / 어디든 이주할 작정하고 있던 나는 / 이십여 년 만에 서울 떠나 / 강화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시집을 여는 첫 시 「강화학파 첫인사」(10 ~ 11쪽)의 일부분이다. 시집은 시인 하종오의 ‘강화도 터 잡기’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2013년 초 서울을 떠나 강화도에 정착했다. 20여 년 전 강화도에 홀로 기거하면서 창작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가족까지 솔거하여 강화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책은 시인의 27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회갑기념으로 스물여덟번째 시집 『초저녁』을 상재했다. 올해가 시인의 등단 40주년이다. “현재 강화도에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시집 갈피마다 수많은 강화도 지명이 등장한다. |시인의 말| 끄트머리의 〈넙성리에서〉는 시인이 사는 리(里)로 불은면에 속해있다. 강화도는 1읍 12개면으로 구성되었다.(강화읍, 선원·불은·길상·화도·양도·내가·하점·양사·송해·교동·삼산·서도면) 시집 속의 지명은 리만 쓰였다. 시집에 등장하는 리(里)의 뒤( )속에 면(面)을 써 놓는다.
사기리(화도) / 동막리(화도) / 외포리(내가) / 국화리(강화) / 내리(화도) / 창리(선원) / 금월리(선원) / 두운리(불운) / 철산리(양사) / 도장리(양도) / 장흥리(길상) / 신현리(불은) / 흥왕리(화도)
역사적 인물 사기리 이건창과 한시 쓰는 이규보, 읍내 풍물시장 신발가게, 농부, 기술자, 막일꾼, 귀촌인, 실향민, 이주노동자(태국인, 중국인, 네팔인), 고양이·개를 기르는 주민농부, 시인, 문인, 화가, 가수, 활동가, 인문학자 등 다양한 인물군상이 등장한다. 나는 표제에서 당연히 〈강화학파〉의 시조 하곡(霞谷) 정제두를 떠올렸다. 하곡의 묘는 양도면 하일리 고개를 넘어가는 낮은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터 잡았다. 강화학파는 200여년 학맥을 이어나갔는데, 이광사, 윤순, 이건창, 정인보 등 역사적 인물들이 쟁쟁했다. 시편을 읽어 나가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조선 최고의 시인 석주 권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송해면 하도리 오류내에 권필의 유허비가 나라가 어려울 때면 땀을 흘리는 영험(?)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집의 마지막 시 「신강화학파와 이천편二千篇」(137 ~ 138쪽)의 일부분이다.
넙성리에서 이천편시를 쓰지 않고 이천 번째 시를 썼으며 / 그러고 나서 첫 번째 쓴 시와 이천 번째 쓴 시가 같고 / 일편시와 이천편시가 다르지 않은 걸 보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