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꼬리 치는 당신

대빈창 2015. 10. 16. 07:00

 

 

책이름 : 꼬리 치는 당신

지은이 : 권혁웅

펴낸곳 : 마음산책

 

생쥐는 2년 살고 1분에 550번, 호랑이나 기린은 20년 살고 1분에 60 ~ 100번 심장이 뛰니 평생의 심장박동 수는 차이가 없다. / 나새류인 스패니시댄서는 플라멩코 춤을 추는 스페인 무희같이 헤험친다. / 애기백관해파리는 35미터나 되는 촉수로 독을 쏜다. / 쿡쿠놀래기는 부화할 때 암컷이나 7년 지나면 수컷으로 전환한다. / 까마귀는 천적이 동료를 잡으면 무리지어 시끄럽게 떠든다. / 두툽상어는 로렌치닌 기관으로 전기를 감지하여 넙치를 찾아낸다. / 심해 세다리물고기는 길게 자란 옆 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삼각 받침대로 고정하고 먹이를 기다린다. / 태평양 팔라우 섬의 갈색도마뱀은 잡히면 가죽을 통째로 벗고 달아난다. / 포유류가 출현하자 선충은 전략을 바꾸어 알로 변신해 먹혔다. / 파리지옥의 이파리에 난 감각모는 두 번 이상 움직여야 덫을 작동시킨다. / 개구리는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95퍼센트 넘게 반사 신경으로 처리한다. / 옛날 ‘나랑드사이다’ 상표 사이다가 있었다. /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열대림의 라플레시아는 기생식물로 몸체는 거의 없는데 꽃은 1미터 크기로 자란다. / 대머리가 많은 이유는 예전 사십대가 오래 살았다는 것과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햇볕을 쬐어야 하는 것을 증명한다. / 사슴은 모가지가 짧아서 슬픈 짐승이 되었다. /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 시파카는 축제를 맞은 것처럼 오두방정을 떨며 뛰어 다닌다.

 

책은 1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소제목에 해당되는 꼭지에 등장하는 동물의 생태를 약술했다. 당연히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다. 608쪽의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511개 꼭지로 이루어졌다. 매 꼭지마다 섬세한 선과 명암으로 나타낸 동물 수채화를 곁들였다. 상상동물, 식물과 세균, 박테리아가 간혹 나타나지만 500여 종의 동물 군상이 압도적으로 등장한다. 한 꼭지의 글자 수는 100 ~ 200자로 묶었다.

시인은 문단에서 알아주는 동물마니아다. 문헌만 145권이고, 14편의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찾아보기만 495개였다. 나는 진즉에 시인의 시집 『마징가 계보학』과 『소문들』을 잡았었다. 시집마다 동물들이 수시로 고개를 내밀고 사람의 삶을 은유했다. ‘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도 소재는 동물이지만 글 편마다 인간의 감정이입이 따라 붙었다. 아둔한 나는 시인의 시집과 사전(?)에 실린 글들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었다. 즉 동물광(動物狂) 시인의 같은 시로 읽혔다. 「꼬리 치는 당신도 아팠다고」(36쪽)의 전문이다.

 

남은 꼬리가 꿈틀대는 동안 도마뱀은 달아나지. 잘린 꼬리가 자라는 동안 도마뱀은 생식도 성장도 하지 않는다. 그이가 당신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고 아파하지 마시길. 당신이 그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동안 당신은 살아남은 거야. 꼬리 치는 당신도 아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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