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진달래꽃

대빈창 2015. 10. 19. 04:33

 

 

책이름 : 진달래꽃

지은이 : 김소월

펴낸곳 : Human&Books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 국민애송시 1호로 「진달래꽃」을 들 것이다. 휴먼앤북스가 〈한국대표시인 시선〉 네 번째로 펴냈다. 작년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묵은 책을 싼값에 내놓았다. 그때 손에 넣은 책 중의 한권이었다. 시선집은 3부에 나뉘어 71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김인환의 「김소월의 시적 여정」이다. 해설은 무려 80여 쪽이 넘는 긴글이었다. 하지만 글 말미의 ‘마무리’를 읽어 나가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본문 글의 몇 단락을 오려붙이기로 급히 마감을 졌다. 편집의 오류로 생각했다. 문학평론으로 보기에 함량미달이 너무 컸다.

‘한국인의 심상을 최고의 격조로 수용한 시인’, ‘우리시대 최고 높이에 도달한 위대한 시인’이라는 극찬을 받는 시인의 시선집에서 고작해야 나는 「진달래꽃」, 「왕십리(往十里)」, 「산유화(山有花)」, 「금(金)잔듸」, 「엄마야 누나야」 등이 눈에 익었다. 삭막한 나의 정서는 시와 거리가 멀었다. 우리의 민요적 리듬으로 애한을 노래한 소월의 뛰어난 시들은 스무 살도 안 되었을 때 다 쓰였다. 소월은 5, 6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 154편의 시와 시론을 남겼다. 소월의 본명은 정식으로 1915년 오산학교에서 조만식과 문학적 스승인 김억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제이, 엠, 에쓰」(124 ~ 125쪽)는 조만식(曺晩植)의 이니셜문자였다. 시인은 아편을 먹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서른둘의 요절이었다.

시선집을 읽어 나가다 눈에 뜨인 시 두 편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29쪽)와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97 ~ 98쪽)다. 70년대 말 암울했던 시절, 대학가요제 입상곡의 가사로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세련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젊은 그룹사운드의 노래였지만 나는 이들의 어설픈 제스처에서 오히려 진솔함을 찾았다. 버터처럼 미끄덩거리는 요즘 재벌 이미지 광고와 비교해보라.

 

-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열세 번째 이야기 -

푸른 꽃은 푸르러서 예쁘고, 붉은 꽃은 붉어서 예쁩니다. 가을은 알록져서 아름답고, 겨울은 빛을 바래 아름답죠.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부러워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우니까요. 사람이 미래다. 두산

 

두산하면 나는 낙동강 페놀 사건부터 떠올랐다. 두산전자는 1990년 10월부터 4개월 동안 독극물 페놀이 함유된 폐수 325톤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했다. 이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은 기업식 경영의 ‘입막음’과 ‘학사운영개입’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전공 선택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비인기학과를 폐지했고,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교수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두산에게 대학은 재단의 소유물이었다. 중앙대 예산 총액의 고작 4%가 학교 법인의 기여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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