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백년 동안의 고독

대빈창 2015. 10. 14. 03:05

 

 

책이름 : 백년 동안의 고독

지은이 : G. 마르케스

옮긴이 : 안정효

펴낸곳 : 문학사상사

 

‘탁상에 앉아 핀으로 쌀겨를 집어먹고 다른 음식은 하나도 먹지 않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나, 그물에 달 쇠붙이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잡아온 물고기를 받았는데, 그 물고기의 뱃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술 등잔과 날아다니는 양탄자에 대한 이야기들’(207쪽). 소설은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마술적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마술적 리얼리즘은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 객관과 주관, 사실주의와 상상력이 결합되어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깊이 있게 드러냈다.

이 작품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사촌 여동생 우르슬라의 결혼을 시작으로 가공의 무대 마콘도(Macondo)의 건설에서 몰락까지 부엔디아 가문의 5대에 걸친 계도系圖 소설이다. 여기서 ‘부엔디아’라는 스페인 이름은 역설적으로 ‘좋은 나날’ 또는 ‘좋은 시대’라는 뜻이다. 근친상간이라는 도덕적 타락에 대한 선조들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이모와 조카인 아우렐리아노와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를 낳고 마을의 멸망을 목도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멜키아데스가 양피지에 기록한 부엔디아 가문의 일대기를 마지막 후예 아우렐리노가 해독하는 장면이다. 자기의 운명을 암시하는 양피지 원고 글귀는 ‘역사의 시초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종말은 개미들에게 먹힐지니라’ 였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고 극찬 받은 소설을 나는 소제목없이 일련번호로 나뉜 20개의 장을 무려 20여일에 걸쳐 허덕거리며 간신히 읽었다. 소설은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수탈을 폭로하는 고발소설로 나는 읽었다. 작가의 조국 콜롬비아는 16세기 이래 스페인의 식민 통치아래 비극적인 역사를 걸어왔다. 목가적이며 평화스러운 가상의 공간 마콘도 마을은 미국의 바나나회사가 진출하면서 폭력과 타락에 빠져 들었다. 저임금과 혹독한 노동환경에 신음하던 노동자들은 파업을 단행했고, 미국 자본가의 앞장이인 정부는 노동자들을 대량 학살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로 1928년 콜롬비아 시에가나의 바나나 플랜테이션에서 벌어졌던 학살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1967년도에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서 1977년에 출간되었다. 1982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작가는 2014년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그리고 나는 소설이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지 40여년이 다 되어서야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은 세계 3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5천만부가 팔렸다. 국내의 내노라하는 출판사는 모두 번역판을 내 놓았다. 대학시절 나는 옮긴이 안정효의 월남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하얀 전쟁」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잡았다. 그리고 최경락의 표지 일러스트가 눈에 띄었다. 누가봐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문학사상사판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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