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
엮은이 : 세실 앤드류스·완다 우르반스카
옮긴이 : 김은영
펴낸곳 : 오후의책
지난 늦여름, 두 장의 북극곰 사진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발바르 제도(북극해와 노르웨이 해 사이)에서 찍은 떠내려가는 잔빙에 간신히 올라 선 뼈만 남은 곰과 얼음과 눈이 사라진 북극의 바위에 카페트처럼 널려 죽은 곰 사진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 지구의 기후변화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미지였다. 머지않아 인류에게 닥칠 참혹한 광경이기도 했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 이상기후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일상화되었고, 인구는 대도시로 밀려들었고, 사람이 마실 물은 말랐고, 산업문명의 토대인 석유는 고갈이 눈앞이고, 산림과 물고기의 남획으로 동·식물은 멸종 위기에 처했고, 통신수단의 급격한 발달은 빈부격차를 극단적으로 심화시켰고, 지구를 몇 번이나 괴멸시킬 어마어마한 대량살상무기 옆에서 인류는 잠을 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가. 지름길은 없다. 다만 소박한 삶이 인류와 지구의 안녕을 간신히 기약할 뿐이다. 현생인류가 목매달고 있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한 세대가 지난, 35년 후 지구의 석유는 고갈된다. 현재 지구의 소수 특권계층인 정치와 미디어를 장악한 자들은 인간의 가장 밑바탕 영역인 파충류 뇌를 자극하여 근원적인 공포와 욕망을 자극한다. 황혼기 자본주의 시대 인류는 지적 수준은 높지만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파충류를 양산했다. 이들이 지구별 전체 생태계를 쥐락펴락한다. 웬델 베리의 말대로 원숭이가 권총을 쥐고 있는 격이다.
이 책은 소박한 삶에 대한 주옥같은 글과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작가, 사상가, 실천운동가들의 글을 엮었다. 소박한 삶을 실천한 인물 중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과 헬렌·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 소박한 삶이라면 나도 한 실천(?)한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삶터를 꾸린지 10년이 넘었다.
6시. 3G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눈꺼풀에 졸음을 매달고, 밥솥에 밥을 앉힌다. 낡은 운동화를 꿰차고 대빈창 해변 산책에 나섰다. 50여분에서 1시간 소요. 7시.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아침을 먹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한 시간여 창문 밖 바다에 눈길을 주며 책을 읽었다. 사무실 출근은 오솔길로 걸어 3분이면 족하다. 점심시간 12시부터 1시. 밥솥의 밥으로 어머니와 단출하게. 오후 6시 퇴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빈창 해변 산책에 나섰다. 밤 10시까지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들었다. 주말은 텃밭을 가꾸거나, 낡은 집을 수리하거나, 빨래를 하고, 책씻이한 리뷰를 긁적여 블로그에 올렸다. 섬에서 신용카드는 쓸모없다. 선창 매표소와 농협 마트에 카드 체크기가 유이하다. 나는 반찬을 텃밭 채소로 충당한다. 쌀은 임대한 도지쌀로 충분하여 형제한테 한가마니 씩 나눠준다. 섬은 대중교통이 없다. 해안을 일주하는데 3 ~ 4시간이면 너끈하다. 섬에서는 돈 쓸 일이 별로 없다. 전기는 태양열집열판을 설치하여 남아도는 에너지는 한전으로 보낸다. 한마디로 섬 환경은 풍요로운 삶을 살래야 살 수 없고, 소박한 일상을 꾸릴 수밖에 없다. 소박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여! 이 땅 500여개의 섬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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