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청춘의 커리큘럼

대빈창 2015. 11. 12. 07:00

 

 

책이름 : 청춘의 커리큘럼

지은이 : 이계삼

펴낸곳 : 한티재

 

E. F 슈마허 ; 작은 것이 아름답다, 굿 워크, 당혹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 / 웬델 베리 ; 온 삶을 먹다 / 더글러스 러미스 ;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쓰지 신이치) ;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 오늘의 교육 /슬라보예 지젝 외 ;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 박상훈 ; 정치의 발견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체르노빌의 목소리 /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 ; 장기 비상시대 / 박노자 ; 우승열패의 신화 / 김원일 ; 전갈 / 아티크 라히미 ; 흙과 재 / 김중미 ; 꽃섬고개 친구들, 전쟁없는 세상·한홍구·박노자 ;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 가산 카나파니 ; 뜨거운 태양 아래서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 조너선 코졸 ; 교사로 산다는 것 / 타르코프스키(영화) ; 희생, 코맥 맥카시 ; 로드 / 다카기 진자부로 ; 시민과학자로 살다 / 하워드 진 ;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로버트 콜스 ; 환대하는 삶 / 이계삼(강연) ; 나는 왜 학교를 그만 두었는가

 

물질이 가져다주는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다른 삶을 살다 간 스승들과 그들을 소개한 책들이다. 책의 글들은 2011년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썼다. 저자는 숨죽여 공부하는 아이들의 불확실한 미래로 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 때문에 마음이 저렸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의 풍요로운 소비생활은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출세와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상층과 생존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하층 인간 군상들의 각축장이다.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경제공황과 실업, 식량과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급격한 감소 등 어두운 지표만 가득할 뿐이다. 교사로서 저자는 지옥 탈출의 열쇠를 제자들에게 건네주고 싶었다. 이 땅의 학교 교육은 지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간 유형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에 철저히 길들여졌다. 16년 학교교육은 ‘낮은 사고력과 높은 애국심의 아이들’을 육성했다.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은 석유 없이는 단 1초도 누릴 수 없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수억 년에 걸쳐 지구가 저장한 태양에너지(화석연료)를 흥청망청 써버렸다. 200년 전 세계 인구는 10억이었다. 값싼 석유가 60억 명의 인구를 추가 부양했다. 그런데 석유가 앞으로 한세대, 35년 후에 고갈된다. 석유에 중독된 현생인류의 삶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석유 이후의 세계는 분명 전쟁과 추락의 격랑 속으로 인류는 떠밀려 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저자는 2012년 교직생활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농사와 인문학을 뼈대로 삼은 작은 학교 《감물생태학습관》에서 교사와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힘과 자립인간으로서 노동력을 갖춘 인간 양성이 가장 옳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쉽게 귀농학교다.

책을 읽어나가다 나는 여기서 입가에 웃음이, 눈가에 이슬이 한 방울 맺혔다. 저자가 2차 희망버스 때 경찰에 밀려 골목길에서 대오가 엉켜 서로 넘어졌다. 위급한 순간이 지나고 옆을 보니 작가 김중미 선생이 넘어져있었다. 얘기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한 찰나의 만남이었다. 한 시간 쯤 흐르고 대오의 끄트머리에서 김중미 선생이 아이들을 다독거리고 있었다. 비를 쫄딱 맞은 그들은 먹을 것을 나누었다. 분명 <기찻길옆작은학교> 아이들이었다. 깊은 밤 저자의 눈에 비친 김중미 선생과 아이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지난 늦여름, 급작스런 일이 생겨 뭍에 나갔다. 「찬우물」 식당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시켰는데, 옆 좌석의 여인이 아는체를 했다. 함민복 시인의 안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작가 김중미 선생이 강화도 양도 삼흥리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 만나리라.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읍내 서점에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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