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마을공화국의 꿈 홍동마을 이야기
지은이 : 충남발전연구원+홍동마을 사람들
펴낸곳 : 한티재
매년 한여름이면 나는 답사 일정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한 해 3 ~ 4곳 유기농 현장을 찾아다니는 일정 짜기가 만만치 않았다. 벤치마킹보다 친환경으로 짓는 벼농사에서 한 고비를 넘겼으니 바람이나 쏘이자는 의미가 더 컸던 2박3일의 여정이었다. 볼음도의 논농사 면적은 55만평이다. 그중 40만평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치 않는 친환경농법이었다. 말복 어름, 농사 일손을 잠시 놓고 섬의 형과 형수들은 부부동반으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뭍 여행을 떠났다. 그 동안 7번이나 답사를 다녔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견학장소를 물색하기도 버거웠다. 올해는 그동안 다녔던 현장에서 작목반 일행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의 그때와 오늘을 비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웬 걸! 어이없는 천재지변이 작목반의 답사를 물 건너가게 만들었다. 200년만의 가뭄으로 섬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모내기 할 물도 없는데 언감생심 왕우렁이농법이라니. 저수지 바닥을 가래질로 헤쳐 물길을 터주고, 관정을 새로 뚫고, 못자리를 새로 앉히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기농법은 1/4로 줄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가뭄은 유기농을 관행농으로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다시 가고 싶었던 현장 1순위는 당연히 문당리환경농업마을이었다. 작목반은 그동안 문당리에 두 번 발걸음이 머물렀다. 지금 홍동면 전체 쌀 농가의 70퍼센트(재배면적으로는 86퍼센트이며, 풀무학교 인근 문당리의 경우는 쌀 농가의 90퍼센트가) 유기농으로 짓는다. 벼농사를 유기농으로 짓다 국내 최초로 오리농법을 개발한 주형로 선생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조류독감으로 문당리의 오리농법은 왕우렁이농법으로 많이 바뀌었다. 이 책은 문당리가 속한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을 가꾸어 온 마을 사람들이 직접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1부 마을에서 가르치고 마을에서 배우다(교육). 2부 우리 농촌의 내일과 어제, 홍동에서 되묻다(농업). 3부 우리 마을 이야기(정치)로 구성되었다.
강국주(풀무학교 전공부 강사) / 햇살배움터 교육네트워크 / 정승관(갓골어린이집 이사장) / 최문철(꿈이자라는뜰 대표일꾼) / 정영희(농부) / 풀무학교 전공부 학생들 / 장길섭(풀무학교 전공부 교사) / 이환의(농부) / 박형일(교육농연구소 대표일꾼) / 장은성(그물코출판사 대표) / 이동근(마을활력소 사무국장) / 이훈호(의사) / 홍순명(밝맑도서관 이사장)
이 땅에서 가동 중인 23개 핵발전소 중 한 곳만 대형사고가 터져도 남한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확률적으로 10년 안이라고 한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지금까지 서울 넓이의 10배 되는 지역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후쿠시마 핵 발전 사고는 일본 땅의 20퍼센트, 남한 땅 넓이를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시켰다. 이 땅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답은 마을이다. 홍동마을은 풀무학교에서 다음 세대를 키우고, 마을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 도서관, 빵집, 목공소, 출판사, 공방, 신협, 생협, 연구소, 농장, 카페, 어린이집, 공장, -을 만들어 이웃과 어울려 함께 살아간다.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연과 공존하면서 자급하는 생태 농촌공동체만이 산업문명이 열어젖힌 지옥문을 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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