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지은이 : 강홍규
펴낸곳 : 나들목
소설가 황석영 / 소설가 김성동 / 시인 천상병 / 시인 신경림 / 러시아 문학가 박형규 / 소설가 최인호 / 시인 조태일 / 시인 김응규 / 시인 박인환 / 시인 이장희 / 시인 구자운 / 시인 오상순 / 시인 한하운 / 시인 김수영 / 철학자 민병산 / 시인 김관식 / 시인 이현우 / 문학평론가 조연현 / 소설가 이규헌 / 소설가 오영수 / 소설가 김문수 / 시인 이시철 / 시인 신동문 / 소설가 이병주 / 드라마·시나리오 작가 이규석 / 수필가 유해수 / 소설가 남정현 / 시인 김윤성 / 문학도 김의홍 / 시인 이영순 / 소설가 송기원 / 시인 조병화
58꼭지가 모인 이 책의 주연인물을 맡은 문인들이다. 이외에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극작가, 문학가, 연극인, 철학자, 문학도, 작가 지망생, 문필가, 출판·잡지·신문기자 등 줄잡아 100여명의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책은 87년에 『관철동 시대』, 90년 『문학동네 술동네』, 그리고 2003년에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세 번 옷을 갈아입었다. 표제는 시인 박인환의 시「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서 가져왔다. 전란으로 폐허가 된 1956년 명동 한 모퉁이 〔경상도집〕에서 몇 명의 문인이 모여 술을 마셨다. 그때 술에 취한 박인환이 즉석 시를 읊었고, 이진섭이 단숨에 악보를 붙였고, 나애심이 부른 노래가 「세월이 가면」이다.
자칭 ‘7류 소설가’ 강홍규를, 고인이 된 시인 윤중호의 산문집 『느리게 사는 사람들』에서 처음 접했다. 그렇다. 시인도 살아생전 자신은 ‘7류 대학 출신’이라고 학벌지상주의 사회에 침을 뱉었다. 『느리게 사는 사람들』의 첫 글이 「철저한 세상의 야인 강홍규」였다. 책을 손에 넣고 나는 보물을 얻은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졌다. 어려웠던 시절 문인들의 문단야화(文壇夜話)가 살아 펄떡였다. 책은 전란 후 어둡고 추웠던 시대를 살았던 문인들의 웃음과 눈물, 해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전쟁 직후와 60년대는 명동이 문화의 중심지로 국수 조남철이 경영하는 송원기원에 문인들이 몰려들었다. 70년대 문인들은 관철동 삼일빌딩 뒤 한국기원 회관에 매일 얼굴을 드러냈다. ‘원고료를 탄 문인이 술 내기 바둑을 두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으로 몰려가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광경일 것이다.’(312쪽) 문단 아웃사이더들은 저녁마다 모여 싸구려 술집에서 독한 소주로 세상에 대한 울분을 씻어냈다.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문단삼괴(文壇三怪)로 요절한 시인 천상병과 김관식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배꼽을 잡고 요절복통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나도 모르는 새 가슴 한 구석으로 싸한 회한이 밀려왔다. 이 땅의 극악무도한 현대사가 문인들에게 강제한 시대적 아픔 때문이었다. 1966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의 천상병. 서울상대 동창생이라는 죄 아닌 죄로 시인은 중정에 끌려가 고문 끝에 간첩이 되었다. ‘문화 빨치산’으로 고발 된 매카시즘 광풍에 휩쓸린 시인 한하운. 시 「전라도 길」의 내용이 데모를 선동하고 불온하다는 모략에, 부끄러워 숨어 지내다 할 수 없이 언론에 얼굴을 드러낸 문둥이 시인. 소설 『분지(糞地)』 필화사건의 남정현. 반공법 위반 협의로 구속되었다가 풀려 난 문학적 절정의 작가는 한심한 이 땅에서 택시 스페어 기사로 호구지책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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