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대빈창 2015. 12. 14. 06:58

 

 

책이름 :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지은이 : 조홍섭

펴낸곳 : 김영사

 

△ 남원 지리산 바래봉(해발 1,165미터) - 수십 년 동안 방목한 양떼가 산지의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모든 풀과 나무를 뜯어 먹어 형성된 산철쭉 군락.

△ 부산 기장 아홉산숲(해발 360미터) - 아름드리 거목이 울창한 숲은 남평문씨 일파 미동문씨 집안에서 9대에 걸쳐 300년 동안 관리한 숲.

△ 철원 소이산숲(해발 362미터) - 개발압력이 큰 온대지방에서 전쟁의 유물인 지뢰밭이 지킨 숲.

△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 조선의 보부상과 선질꾼(지게꾼)의 옛길로 일곱 시간 걸리는 13.5킬로미터의 금강소나무와 산양이 사는 숲.

△ 대관령 특수조림지 - 한여름 33도, 겨울엔 영하 32도, 초속 30 ~ 40미터의 강풍, 연평균 강설량 1.8미터라는 악천후를 이겨낸 ‘조림신화’

△ 경기 소리봉 일대(해발 536.8미터) 광릉숲 - 1468년 세조가 왕릉 부속림으로 지정하여 540여 년 동안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은 천연림.

△ 마을숲 - 함양 상림, 담양 관방제림, 이천 송말숲(연당숲), 예천 금당실솔숲.

△ 제주 구좌 비자림 천년숲 : 제주 한경 저지오름숲길 - 숲 관리의 미래

△ 서울 종묘숲 - 조선 왕조의 신림神林 : 창덕궁 후원 - 살아있는 왕족을 위한 숲

△ 관매도 해송숲 - 멸종위기종 1급 풍란의 유일한 자생지.

 

여섯 번째 이야기 「이야기를 품은 우리나라의 숲」의 10꼭지에 등장하는 숲들이다. 이 책은 여섯 부로 구성되었다. 1·2부는 생물의 놀라운 진화와 행동. 3부는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의 문제. 4부는 인간의 자연 파괴. 5·6부는 자연과 인간의 공명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모름지기 저자 조홍섭을 알 것이다. 나는 저자를 20년전 『이곳만은 지키자 上·下』를 통해 처음 만났다. 저자는 동물행동, 생태학, 진화론, 동물복지, 자연사 등 2010년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를 흥미롭고 감동적인 생명들의 이야기로 펼쳐냈다.

가장 절망적인 이야기는 「홍적세 다음 인류세를 아십니까」였다. 2000년 네덜란드 대기 화학자 파울 크리천Paul Crutzen은 ‘인류세’라는 지질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구 역사상 하나의 종이 40만년 이래 지구의 온도를 가장 높여 놓았고, 15분마다 한 생물종이 멸종하는 제6의 대멸종을 진행시키는 인류를 홍적세를 이은 새로운 지질시대로 명명하자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원·에너지의 고갈과 영양분·이산화탄소 과잉이라는 전례없는 지구 행성 자체의 위기를 초래한 첫 생물이었다. 외모지상주의가 극성을 떨치는 한국사회는 누구나 뽀송뽀송한 피부의 동안(童顔)을 꿈꾼다. 하지만 이것은 피부에 세균이 많은 얼굴을 원하는 것과 같다. 어떤 세균은 피부 세포가 분비하는 왁스 물질을 먹고 살면서 수분층을 만들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킨다. 청결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어떤 이는 구강청정제를 입안에 쏟아붓고 양치질을 한다. 이것은 100조마리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는 유기체를 망가뜨리는 짓이다.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의 무게는 1 ~ 2킬로그램이나 된다. 이러다가 한국인들은 다이어트한답시고 우리 몸의 미생물을 청소하는 미련한 짓에 발벗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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