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2·3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옮긴이 : 김연경
펴낸곳 : 민음사
훌렁 벗겨진 이마, 움푹 꺼진 퀭한 눈, 툭 불거진 광대뼈, 덥수룩한 거친 수염. 표지 그림은 바실리 페로프의 1872년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초상화였다. 아둔함이여, 무지여. 출간된 지 무려 100년이 넘어서도 시대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을 나는 지천명이 넘어서 간신히 책씻이했다. 연말 보름과 해를 넘겨 새해 첫 달을 꼬박 잡아먹었다.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다는 높은 가독성을 갖춘 작품에 책갈피를 넘기는 나의 손가락은 지루하게 더뎠다. 그동안 장편소설 잡기를 게을리 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학창시절 권운상의 『녹슬은 해방구』를 잡은 것이 유일했다. 천명관의 『고래』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버금가는 흥미를 느끼면서도 책읽기는 한없이 지지부진했다.
4부 12편으로 구성된 소설은 민음사 간 세계문학전집 154·155·156 세 권으로 분량이 방대했다. 나의 무지는 그동안 단행본 한 권으로 짐작했었다. 기회가 왔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할인된 가격으로 세트상품을 손에 넣었다. 세트 속 메모노트가 덤으로 주어졌다.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의 양대 산맥을 고적한 외딴 섬에 살터를 잡고서야 나는 손을 대었다. 먼저 톨스토이는 단편선 두 권과 생태적 아나키스트로서의 에세이를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마지막 소설이자 대표작인 이 책을.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했다. 콩가루 카라마조프 집안의 호색한 아버지와 두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들 그리고 백치 여인의 사생아가 벌이는 재산과 여자 갈등이 빚은 친부살해가 소재였다.
그동안 도스토예프스키(1821. 10. 30.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1881. 2. 1.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네프스카야 대수도원 묘지에 묻힘)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작가의 명성은 익숙했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작가라는 소리를 듣게 된 가난과 간질병과 도박벽 그리고 시베리아 유형생활.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회주의자 모임 페트라세프스키 클럽 멤버로 당국에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으나,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 황제의 특별 사면으로 감형되어 유배형에 처해졌다. 8년의 세월이 흐르고, 페테르부르크로 귀환할 무렵 그는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에서 기독교적 인도주의자로 사상적 변환을 겪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것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카라마조프적인 것’이라는 개념까지 탄생시켰다. 그것은 세기말 러시아의 묵시록적 혼돈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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