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금낭화를 심으며

대빈창 2016. 4. 15. 07:00

 

 

책이름 : 금낭화를 심으며

지은이 : 송명규

펴낸곳 : 따님

 

1·2부 - 메기 / 호박 / 수박 / 드렁허리 / 왜몰개 / 딱새 / 고슴도치 / 황새 / 노랑할미새 / 물까마귀 / 철쭉 / 동강할미꽃 / 노루 / 가재 / 도롱뇽 / 장구벌레 / 늦반딧불이 / 산개구리 / 너구리 / 금낭화 / 냉이 / 콩 / 사슴벌레 / 술패랭이

3부 - 중국 장가계 /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 일본 쿠시로 습원 - 두루미 / 일본 오제 국립공원 - 고산습원 / 여행비둘기(철비둘기)의 멸종사.

 

1부 도시적 주거공간과 2부 귀촌 계곡 마을의 자연 - 인간관계를 이야기한 25편의 글에 등장하는 주연 생물상이다. 조연과 엑스트라를 합치면 생물상은 물경 100여 종에 가까울 것이다. 3부 외국의 야생을 찾아간 생태여행과 인간의 탐욕과 잔혹성으로 멸종한 여행비둘기에 관한 글 등 5편이 실렸다.

디스토피아로 전락한 한강신도시 김포는 내가 태어나고 자랄 때만 해도 드넓은 들녘이 펼쳐진 시골이었다. 지은이가 어릴 적 경험과 어른의 관찰을 통해 얻은 자연 생태에 관한 글을 읽으며 나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웬만한 이들은 물뱀으로 착각하기 마련인 드렁허리를 나는 어릴 적 자주 접했다. 못자리가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짙어가면 아버지는 논에서 살다시피 하셨다. 모내기를 앞두고 무논에 가둔 논물 관리에 온 정신을 파셨다. 하지만 다음날 먼동이 트기 무섭게 삽자루를 어깨에 메고 논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논두렁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논물이 세기 일쑤였다. 범인은 드렁허리였다. 아버지의 분노서린 삽날에 놈은 논두렁에 사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도 선하다. 놈의 선명한 새빨간 핏빛이.

이 책을 통해 알았다. 큰 송사리로 착각했던 물고기가 왜몰개였다는 것을. 어릴 적 장마철이면 삼태기채와 양동이를 들고 마을 앞 들녘을 적시는 개천으로 향했다. 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요령이 필요 없었다. 개울둑에 기대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삼태기채를 물속에 넣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채를 들어 올리면 쏠쏠하게 고기가 들었다. 어린 시절 장마철이면 송사리가 커지는구나하고 멋대로 착각한 고기가 왜몰개였다. 귀촌한 산간 마을 골짜기 모퉁이에 저자는 금낭화 세포기를 심었다. 새순을 산양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뒤울안에 금낭화(錦囊花) 한 포기가 있다. 서너해전 볼음도 길가 집 울타리에 심겼던 놈을 분가해왔다. 금낭화는 가녀린 줄기에 복주머니 모양의 꽃을 올망졸망 매달아 예쁜 꽃으로 손꼽는데 누구나 주저할 수 없다. 밥이 익었는지 밥알 몇 알 먹었다가 시어머니 구박에 불쌍하게 죽은 며느리 무덤에 피어난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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