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대빈창 2016. 4. 21. 06:55

 

 

책이름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지은이 : 레프 톨스토이

옮긴이 : 이상원

펴낸곳 : 조화로운삶

 

아내에게 최후 쪽지를 남기고 의사와 함께 길을 떠난 지 열흘. 병이 무거워졌다. 라쟌 우랄 철도의 간이역 아스타포보역에서 톨스토이(1828 ~ 1910)는 외롭게 눈을 감았다. 향년 82세였다.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그는 흔한 비석하나 없이 야스나야 폴라냐의 숲속에 묻혔다. ‘예수 이후의 첫 사람’ 톨스토이는 이상주의자였다. 그의 매혹적인 신비주의와 금욕주의는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하지만 막대한 재산과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그의 사상은 부인 소피야와 끝없는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현명한 대답이다. / 손보다 혀가 더 많이 휴식하게끔 하라. / 침묵은 무지하고 무례한 이에 대한 / 최고의 대답이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 후회스러운 일이 백 가지 중 하나라면 /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해버려 / 후회스러운 일은 백 가지 중 아흔아홉이다.

 

「현명한 대답」(98쪽)의 전문이다. 책은 잠언 173개로 이루어졌다. 톨스토이는 75세 때 장티푸스와 폐렴으로 저승 문턱까지 갔다 왔다. 간신히 살아난 그는 인생의 보다 깊은 의미를 전해줄 수 있는 책을 생각했다. 이른바 ‘톨스토이 잠언집 3부작’으로 『현명한 사람들의 생각』, 『독서의 범위』 그리고 ‘인류를 위해 톨스토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원제는 Wise Thoughts for Every Day)였다.

톨스토이는 40대 중반부터 구도자 같은 삶을 살았다. 귀족으로서 지위, 부,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농사짓는 가난한 민중을 스승으로 대했다.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저술이었다. 삶의 마무리를 준비할 나이가 되었다. 나는 홀몸이다. 조카들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 “삼촌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키겠다.”고. 얼치기 생태주의자의 단순소박한 섬 생활은 돈에 얽매인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가난하게 살다 이 섬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사후 각막기증을 약속했다. 많다고 할 수 없는 재산은 이 땅이 좀 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분들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쉼터로 남겨 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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