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보약
지은이 : 고은정
펴낸곳 : 도서출판 한국농정
지난겨울 볼음도 친구 둘과 강릉을 다녀왔다. 손에 자연산 굴 한관이 들렸다. 2kg짜리 새우젓통 두 개였다. 하루 묵은 게스트하우스 전망이 일품이었다. 유리창으로 파란 망망대해가 수평선까지 펼쳐졌다. 젊은 남편은 오랜만의 해후 만찬으로 삭힌 홍어회를 준비했다. 그가 하는 산판일은 겨울 석 달 동안 쉬었다. 짧은 겨울해가 떨어지자 젊은 아내가 무르익은 술자리에 합석했다. 먼 서해 외딴섬에서 찾아 온 손님들을 위해 공장에서 퇴근하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나의 어느 글에서 소개한 젊은 아나키스트 부부다. 부부가 볼음도를 떠나 남편의 고향 강릉에 정착한 첫 겨울이었다. 젊은 부부는 볼음도 생활을 삼 년 만에 접었다. 농사 지어봤자 빚만 느는 현실에서 갯벌 상합을 캐 잔돈푼을 만지며 함박웃음을 짓던 진보주의자 부부. 그래도 다른 곳보다 가욋돈을 만질 수 있어 좀 낫다고 자위하던 마음씨 고운 젊은이들이었다. 이 책은 샘물이 사시사철 솟구치던 부부의 외딴집 마루 서탁에 놓여 있었다. 내가 자주 찾던 온라인 서적에 책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젊은 아내에게 책을 샀다. 그리고 이제 책을 펼쳤다.
쑥 / 부추 / 구기자 / 민들레 / 개망초 / 미나리 / 달맞이꽃 / 시금치 / 오미자 / 보리 / 밀 / 금은화(인동초) / 감자 / 고추 / 호박 / 녹두 / 가지 / 연蓮 / 칡 / 밥 / 포도 / 우엉 / 머루 / 도라지 / 참나리 / 감 / 국화 / 무 / 콩 / 마 / 유자 / 메밀 / 수수 / 팥 / 호두 / 김 / 미역
이 책에 등장하는 집 주변에서 찾은 음식재료 37가지다. 봄·여름·가을·겨울 4부로 구성된 책은 음식재료를 소개하며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담, 역사서 속의 재료에 관한 글, 우리 몸에 주는 효능과 요리 레시피까지 ‘음식보약’을 소개했다. 저자는 (사)한생명 부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으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자상하게 풀이했다. 저자는 말했다. “자연을 거스르는 밥상은 건강도 거스른다.”고. 식약동원(食藥同源)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로,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같은 말을 했다. “음식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될 수 없다.”고.
가난하지만 소박한 삶을 살았던 젊은 부부는 한 때 멋진 꿈에 부풀었었다. NLL에 속한 작은 섬에 나와 함께 공동체를 건설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부는 삼년을 못 채우고 빚만 진 채 이삿짐을 꾸렸다. 젊은 부부가 외딴 섬에서 착하게 농사지으며 집 주변의 나물과 채소로 소박한 밥상을 꾸미는 꿈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 땅은 도대체 얼마나 막 돼 먹은 것인가. 지금 이 시간 사내는 산 속에서 고된 벌채에 닭똥 같은 땀방울을 흩뿌릴 것이다. 아내는 숨 막히게 밀려 내려오는 컨베이어벨트에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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