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대빈창 2016. 5. 11. 06:32

 

 

책이름 :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지은이 : 김주대

펴낸곳 : 현대시학사

 

김.주.대. 이름 석자는 시 「출처」로 인해 뇌리에 깊이 박혔다.

 

바람이 제 살을 찢어 소리를 만들듯

그리운 건 다 상처에서 왔다

 

창비에서 나온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리움의 넓이』를 몇 번이나 가트에 넣다 빼다를 반복했다. 조금 기다리면 신간 시집이 나오겠지. 짧은 시편 시집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 이름도 낯선 출판사 〈현대시학〉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99 시편이 실렸다. ‘시인의 말’까지 100편이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유성호의 「감각과 기억과 서사의 미시물리학 - 김주대의 새로운 시적 진경」이다. 제목에 과학적 용어가 빈번히 등장했다. 특수상대성·암흑물질·화석·종유석·석순·중력파·섬전암·해식동굴·물리학. 시편 속에 박혀있는 일행시(一行詩)와 2 ~ 3행의 단형 시편들이 눈에 들어왔다. 「농민회 출정식」(33쪽)은 시인이 1989년 『민중시』를 통해 등단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평자가 말한 “우리 사회에 편재하는 모순과 억압을 응시하면서, 그것들이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 사회를 여전히 감싸고 있음을 증언하는 김주대의 시편들”(142쪽)이었다. 시집의 말미 「시집 발간에 도움을 주신 분들, 눈물을 호명합니다」는 작은 글씨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혔다. 아마! 소셜펀딩으로 출간된 시집이니만치 후원자 이름일 것이다.

 

산정의 어떤 나무는 바람 부는 쪽으로 모든 가지가 뻗어 있다. 근육과 뼈를 비틀어 제 몸에 바람을 새겨놓은 것이다.

 

표제시이며 첫시인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14쪽) 전문이다. 나는 시를 읊으며 해발 4000m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브리스톨 콘 소나무를 떠올렸다. 이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로 5000년 이상을 살았다. 소나무는 몸통 두께 1㎝가 자라는데 50 ~ 70년이 걸렸다. 가지에 한 속의 짧은 솔잎 다섯 개가 촘촘히 박혔다. 무려 35년을 같은 솔잎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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