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질문의 책
지은이 : 파블로 네루다
옮긴이 : 정현종
펴낸곳 : 문학동네
히틀러는 지옥에서 / 어떤 강제노동을 할까?
벽에 페인트칠을 할까 아니면 시체를 다룰까? / 그는 사자(死者)의 냄새를 맡을까?
거기서 그에게 수없이 태워 죽인 / 아이들의 재를 먹일까?
아니면, 그가 죽은 이래, 그들은 그에게 / 깔때기로 마시는 피를 줄까?
아니면 뽑아낸 금이빨들을 그의 입에서 두드려 박을까?
「70」(147쪽)과 「71」(149쪽)의 전문이다. 각주에 따르면 마스티프는 '사나운 큰 개'다.
혹은 그의 미늘 달린 철사 / 위에 눕혀 잠을 채울까?
혹은 지옥의 램프용으로 / 그의 피부에 문신을 할까?
혹은 불의 검은 마스티프가 / 무자비하게 그를 물어뜯을까?
혹은 그의 죄수들과 함께 밤낮 / 쉬지 않고 여행을 할까?
혹은 영원한 가스 속에서 / 죽지 않은 채 죽어 있을 것인가?
시집은 시인이 1973년 9월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마무리된 유고시집이다. 74편의 시 모든 연들은 물음표로 끝나는데 모두 316개다. ∥옮긴이의 말∥ 「홀연히 ‘처음’의 시간 속에」를 쓴 정현종 시인은 2004년 칠레 정부가 준 전 세계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받았다. 젊은 시절 내게 파블로 네루다(1904 ~ 1973)는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보다 사회주의자로 다가왔다. 낭만적인 연애시인 네루다는 1930년대 후반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를 겪으며 사회주의자로 각성됐다. 네루다는 1970년 대선에서 공산당 후보로 지명됐으나, 절친한 동지 살바도르 아옌데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아옌데는 선거를 통해 최초로 사회주의 정권을 세웠다. 하지만 제국주의 미국의 집중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에 무너졌다. 합법적 사회주의 국가 칠레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궁에서 피노체트의 전투기 폭격으로 피살되었고, 네루다는 아옌데가 살해당한 지 12일 만에 의혹투성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젊은 네루다의 시가 궁금했다. 스무살에 썼다는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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