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개같은 날들의 기록

대빈창 2016. 6. 1. 07:00

 

 

책이름 : 개같은 날들의 기록

지은이 : 김신용

펴낸곳 : 시인동네

 

양동 뒷골목 / 청계천 강제철거 / 부랑자 단속 / 강제노역 갱생원 / 작업 상여금 / 양코배기 검둥이 / 마약중독자 / 빈민굴 뒷골목 / 빈집털이 / 닭장방 / 소매치기 / 벙어리 / 돗자리 부대 / 주정뱅이 품팔이 / 떠돌이 꼬지꾼 / 먹방 지게꾼 / 자해공갈단 / 채혈병원 / 일일 취업소 / 연탄배달꾼 / 부랑자 수용소 / 정부미 / 무임승차 / 인신매매꾼 / 철거계고장 / 뚜쟁이 / 수몰촌 / 고문기술자 / 아나방 / 아시바 / 가다밥 / 행려병자 / 곤조통 / 콩고리패 / 갱생보호소 / 전과자 / 단식농성장 / 무허가 하숙비 / 사창가

 

‘허기와 가난의 문학’이라 불리는 김신용의 두 번째 시집을 잡다가 손가는 대로 긁적인 시의 제재다. 나는 시인을 안도현의 시 창작 에세이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를 통해 알았다.  「영실營實」이 실려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뇌리 한 구석에 입력되었던 시인이 불현 듯 떠올랐다. 개정판으로 복간된 시집을 손에 넣었다. 80년대 중반 이 땅의 문학 판에 일군의 노동자 시인이 대거 입성했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과 백무산의 『만국의 노동자여』, 박영근의 『대열』이 프롤레타리아의 삶과 투쟁을 그렸다면, 건설현장 잡부의 곤궁한 일상을 핍진하게 그린 김해화의 『인부수첩』, 김기홍의 『공친 날』 그리고 이 시집은 또다른 축인 빈민계급을 형상화했다.

 

입은 방성구(防聲具)의 고무좆에 물려 있다. / 사지는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의 피혁수갑에 얽혀 있다. / 스티로폼에 쌓인 사방 벽, 대가리 박을 데도 없다. / 창문도 목을 달아맬 철창도 없다. 오척단구에 꽉 차는 방 / 자궁 속에 꺼꾸로 쑤셔박힌 것 같다. 개처럼 / 마룻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아무리 소리쳐도 / 침만 신음으로 질질 흘러내릴 뿐, / 어둠만 암반으로 숨통을 눌러올 뿐,

 

부제가 ‘먹방에서’인 「어두운 기억의 집 1」(64 ~ 65쪽)의 도입부다. 시인은 이 땅의 전형적인 빈민계급의 이력을 대표했다. 가출아, 부랑자, 빵잽이, 지게꾼, 노가다 잡부 등. 시인은 열여섯 살 때 소년원에서 감방살이를 처음 한 후 네 차례를 더했다. 참담한 역경 속에서도 시인은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시인은 양동 무허가 하숙방에 묵으며 건설현장 잡부로 밥벌이를 했다. 상호가 ‘실비집’인 인사동의 값싼 술집에 들르는 게 낙이었다. 김치 깍두기에 소주나 막걸리로 혼자 목을 축이며 습작시를 꺼내 읽었다. 시인지망생 술꾼을 만나 〈현대시학〉과 연결되었다. 찻집 ‘귀천'에서 시인 최승호를 만나 습작시가 실린 대학노트를 전해주었다.  새로 창간된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에 시가 실렸다. 『버려진 사람들』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 품절된 시인의 첫 시집을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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