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페미니즘의 도전
지은이 : 정희진
펴낸곳 : 교양인
자본주의 사랑은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일회용 반창고고 인스턴트 식품이다
낮과 밤이 없이 돌아가는 포르노 영화다
개씹이고 닭씹이고 말씹이다
당나귀좆이 여성의 우상이다.
김남주의 「자본주의 사랑」의 5연이다. 너무 노골적인가. 하지만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은가. 가끔 기억회로가 엉킬 필요가 있다. 다행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을 알게 된 것을. 6 ~ 7년 전 풀평연 웹사이트에 들러 ‘최성각의 독서잡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어렴풋한 기억을 살려 온라인 서적에 들러 책을 골랐다. 정희진의 책 두 권을 손에 넣었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책읽기』. 출판사는 모두 ‘교양인’이었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성의 전화’ 활동가로 일하다, 늦은 나이에 여성학을 전공했다. 그때 읽었던 글을 찾았다. 어느 지점에서 엉켰을까. 글의 제목은 「매춘여성이 아니라 ‘성노동자’라 불러다오」로 여성학자 이성숙의 『여성, 섹슈얼리티, 국가』에 대한 리뷰였다.
여성운동가 / 어머니 / 아줌마 / 위안부 / 여성정치인 / 가부장제 / 레즈비언 / 트랜스젠더 / 동성애자 / 슈퍼맨 / 호스트바 / 다이어트 / 스와핑 / 여관 / 화학적 거세 / 가정폭력 / 성폭력 / 샤티(sati) / 여성할레 / 성판매여성 / 군사주의
책은 세계가 인정하는 성폭력국가이며 동방예의지국(?)인 이 땅에서 입에 담지도 못하는 사건과 이슈를 여성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보편적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표지바탕 핑크색 책은 ‘페미니즘 교과서’라 불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온 국토가 병영사회로 가부장제가 유별난 한국은 군대 입대 전 진짜 남자(?)가 되려 총각 딱지를 떼야한다는 강제 아닌 강제에 집창촌에서 대부분 동정을 버렸다. 한국 남자들은 흥분한다. 하드코어 포르노에 등장하는 한국여성이 외국 남성들과 집단 섹스하는 장면에서 “저 새끼들이 한국여자 괴롭힌다.”고. 한국 남자들의 애국심(?) 이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부장제 남성지배이데올로기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은 이 땅 진보주의자들에게 죽비였다.
십 여 년 저쪽의 세월. 나는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다. 여자는 동료지만 외부인이 오면 마땅히 차를 대접해야 했다. 자칭 진보주의자인 나는 용납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앞서가는 조직문화를 내세우며 상사들의 사무실에 냉장고를 들여놓고 찾아오는 내방객들에게 높은 이(!)들이 직접 음료를 제공하는 문화로 바꾸었다. 양성평등을 내세우며 여자도 숙직서라는 남자들의 논리에 나는 이렇게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당신들의 처와 딸이라면 외떨어진 수십만평의 구역을 혼자 지키게 할 수 있습니까. 그때 몰랐지만 어쨌든 나는 ‘차이와 평등의 딜레마’를 부수고 있었다. 나는 페미니스트였을까. 아니다. 의협심을 앞세운 객기였다. 나의 관념적인 페미니즘이 드러난 일화를 밝혀야겠다. 오래전 일이다. 사람 관계에 상처를 입은 나는 밤늦게 혼자 술을 먹다 술집 여자와 합석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그가 이혼녀라는 사실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밝혔을 때. 나의 추상적 관념이 빚은 대단한 실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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