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자연을 꿈꾸는 뒷간

대빈창 2016. 6. 10. 07:00

 

 

책이름 : 자연을 꿈꾸는 뒷간

지은이 : 이동범

펴낸곳 : 들녘

 

수세식 변기란 우리 문명이 파놓은 가장 위험스러운 함정 중의 하나다.

얼마의 똥과 오줌을 씻어내리기 위한 잘 정수된 음용수의 엄청난 낭비.

1kg의 가치 있는 자원이 지하수, 샘, 강, 호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50kg의 유해물질로 그렇게 변한다.

생명자원을 그저 씻어내림으로써 착취는 배가된다.

토양이 황폐해진다.

수세식 변기 : 1000g의 똥이 5만g의 유해한 오물이 된다.

발효식 변기 : 1000g의 똥이 50g의 천연자원 - 황금이 된다.

 

F. 훈데르트바써(오스트리아 건축가·문명비평가)의 시다. 프랭클린 히람 킹(미국, 1848 ~ 1911) 박사는 『사천년의 농부들』에서 동양 3국(한국, 중국, 일본)의 “모든 종류의 분뇨를 퇴비로 땅에 되돌려주는 영구적인 농업은 서양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극찬했다. 이 책은 뒷간의 백과전서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생태순환을 거스르지 않는 우리 뒷간 문화를 소개했다. 한국의 전통 뒷간으로 부춛돌 잿간, 2층 누각형 잿간, 해우소, 농촌의 수거식 뒷간, 살림집 통시, 미세기를 이용한 바닷가 측간이 등장한다.

 

전통 뒷간 : 음식 → 똥 → 거름 → 음식

수세식 화장실 : 음식 → 똥 → 희석수 → 하천방류

 

수세식 화장실은 분뇨를 처리하는데 50배 이상의 물을 소비한다. 물 탄 똥물은 정화조에 모였다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땅의 성인 한 명이 소비하는 변기용 물은 42ℓ로 생활용수의 27%나 차지했다. 물 부족시대 이 땅의 무책임한 진상이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필수품은 비데이고, 멋진 한옥의 휴게소 화장실은 수세식이다. 한 술 더 떠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좋은 냄새가 나는 카페식 화장실이 널렸다. 거기다 명화 복사본과 그럴듯한 격언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외형은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수세식 변기로 지구 생태환경 오염의 주범이었다.

가난한 시골 출신인 나는 어릴 적 부춛돌 잿간과 수거식 뒷간에서 일을 보았다. 젊은 시절 배낭을 메고 떠돌던 한 때 이 땅 최고 해우소인 순천 선암사의 뒷간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독을 풀었다. 그리고 썰물과 밀물을 이용한 바닷가 측간을 20여년 저쪽 부안 곰소항에서 만났다. 지금 그 미세기 측간은 살아남았을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전통 뒷간의 자연발효는 분뇨나 음식찌꺼기 같은 유기폐기물을 박테리아가 분해하여 퇴비를 만드는 과정이다. 나의 화장실은 자연을 꿈꾸는 생태순환형 화장실이 아니라 아예 자연뒷간이다. 숲속에서 뒤를 보면 환경미화원은 쇠똥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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