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대빈창 2016. 6. 17. 07:00

 

 

책이름 : 숨

지은이 : 전순영

펴낸곳 : 현대시학

 

2005년 8월 29일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안즈를 강타했다. 지역의 80%가 침수되었고, 1836명이 사망했으며 1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앞으로 100만 명 이상이 숨지고, 재건비용은 1천880억 파운드(330조원)에 달할 것이다. 누출된 방사성 양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68배에 달했다.

 

허리케인 233㎞ 달려와 (2005년 8월) 미국 멕시코만 / 22만명을 삼켜 버렸다

시체들이 승용차가 해변에 널브러지고

지구가 뜨거워 눈물 흘리며 살려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 본척만척할 때

제 몸을 식히려고 꼬리 한번 획 흔들면 / 우리들은 한낱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먼지

지구가 숨 한 번 크게 내쉴 때, 지금 쓰나미가 일본을 때렸다 / 원자폭탄 오만 배···

지구는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우리 함께 살자고

 

「숨 20」(34쪽)의 전문이다. 「불 혓바닥」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다루었다. 시집은 1부 「숨」 연작시 20편, 2부 「獨也靑靑 우리들의 산」 17편, 3·4부 「폐수의 강」 연작시 30편으로 이루어졌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재복의 「숨의 발견과 詩의 지평」이다. 시인은 몸이 몹시 아프다. 지구가 죽을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석면, 비닐, 콘크리트, 철근, 가스, 석유 등 문명의 산물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다. 나는 얼치기 생태주의자답게 ‘생태적 상상력’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이 빛났다. 〈숨〉에서 동물보호시민단체(KARA)가 펴냈던 월간지를 떠올렸다. 낯선 시인·출판사의 시집을 손에 펼친 연유다. 마지막은 1부 「숨」 연작시의 공간적 배경이다.

 

해인사 걸레부처님 / 지리산 화엄사 / 삼각산 덕암사 / 백화산 보현정사 / 무안 몽탄 달산리 산 / 다랑이들 무논 / 영구산 석불 석탑 / 희양산 마애불좌상 / 청계산 계곡 / 대청봉 / 윤중로 / 금오산 향일암 / 진관내동 세종대왕 유적지 / 태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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