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대빈창 2016. 6. 24. 07:00

 

 

책이름 : 괭이부리말 아이들

지은이 : 김중미

그린이 : 송진헌

펴낸곳 : 창비

 

초등 4년생 숙자·숙희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는 친정으로 도망갔다 뱃속의 아기를 깨닫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술을 먹고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냈다. 진 빚으로 생활이 암담했다. 아버지는 결심을 굳게 먹고 올곧게 가정을 꾸렸다. 밤낮으로 일하다 인천항 펄프 하역작업에서 끔직한 산재로 죽었다. 어머니는 보상금으로 비디오 가게를 열었다. 세상물정에 어두워 손해만 입었다. 동수·동준 형제의 부모는 모두 집을 나갔다. 동생 동준은 학교 급식 한 끼로 때웠다. 형 동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본드를 불고 폭력을 휘두르는 불량 청소년이 되었다. 동수와 어울려 본드를 부는 허명환은 지능이 좀 떨어져 행동이 굼뜬 아이다. 명환의 여동생도 가출하여 부천 오정동의 전자공장에 다녔다. 초등 1년 천호용의 어머니는 오래전 마을을 떠났다. 아버지는 일본 불법체류로 일거리를 찾았다. 성탄절 전날 편지 한통과 함께 영호 삼촌에게 떠 넘겨졌다.

 

예전에는 커다란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던 괭이부리말의 판잣집들이 정겹게 느껴졌다.(186쪽)

아이들이 상처받고 버려질 때 명희는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205쪽)

오늘은 김명희 선생님이 이사 오시는 날이다. 오늘부터 김명희 선생님은 숙자네 다락방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한다.(297쪽)

명희는 앞으로 자신이 등에 업어야 할 아이들이 호용이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310쪽)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나왔다. 나는 김명희 선생을 주인공으로 읽었다. 선생은 어릴 때 가난한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만 파고들었다. 선생 임용 첫 발령지로 괭이부리말로 돌아왔다. 선생은 꿈꾸던 중산층으로 계급 상승하여 연수동 아파트 10층에 살았다. 차츰 사회의식이 각성되면서 가난한 동네의 제자들을 마음에 담았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달동네 괭이부리말로 인천 만석동에 있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 산업화·도시화 시기 야반도주한 빈농들이 줄을 서 도시빈민 집단촌이 형성되었다. '골목은 거미줄처럼 엉킨 실골목'(16쪽)이고,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부르러 나오는 광경을 볼 수 없는'(231쪽) 마을이었다. 판자촌 괭이부리말은 원래 바닷가 갯벌이었다. 작은 섬 ‘고양이섬’은 매립으로 흔적도 없다. 간신히 마을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소설 속 김명희 선생을 보고 작가 김중미를 떠올렸다. 작가는 스물네살인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공부방〈기찻길옆작은학교〉를 열었다. 빈민운동을 한 지 30년이 되었다. 작가는 2001년부터 강화도에 내려와 농사를 지면서 만석동을 오가고 있다. 유기농 포도농사도 짓는다. 작가가 터 잡은 강화도 양도면은 포도산지로 유명했다.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동수가 야간공고에 진학하며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출근했다. 선반기계를 배우는 공장의 철문을 열다 파란 민들레 싹을 보았다. 거기서 희망을 읽는 동수를 보며 나는 가슴 한 구석이 찡하게 울렸다. 명환은 제빵기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쌍둥이 자매 숙자·숙희는 갓난아기 막내를 돌보며 어머니와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다. 착한 동수는 삼촌 영호의 돌봄 속에서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정서가 불안한 어린 호용이는 김명희 선생이 올바르게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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