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외로워야한다

대빈창 2016. 6. 20. 04:58

 

 

책이름 : 외로워야한다

지은이 : 김성동

펴낸곳 : 내앞에서다

 

‘서른네 살 나이에 중유中有의 넋이 되어 이 서럽고 원통한 조선반도 휴전선 위를 떠돌고 계신 이 중생 선고先考가 쓴 것’(227쪽) 저자는 부친이 남긴 편지 한 통을 간직하고 있다. 『현대사 아리랑』의 리뷰에 썼듯이 작가는 부친의 시신과 제삿날도 모른다. 선친 김봉한은 이름과 얼굴을 감춘 채 조국광복을 위해 싸웠던 ‘비선’이었다. 일제 때부터 사회주의자로 독립 운동가였던 부친은 1948년 예비검속으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됐고 전쟁이 터진 직후 국군에 의해 처형당했다. 소설 <만다라>의 작가가 겨우 네 살 때였다. ‘빨갱이’ 아버지를 둔 작가는 19살에 출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롭지 못한 책은 읽지를 말고, 쓸모없는 글은 짓지를 마라’ 헌사의 할아버지 말씀이다. 할아버지는 아버지 대신 어린 손자에게 글을 깨우쳐 주고, 성현의 도리를 일러 주었다. 현재 작가가 있기까지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밑바탕이 되었다. 책의 구성은 1880년(고종 17년)에 선비 윤최식이 쓴 일용지결(日用指訣)의 틀을 빌려왔다. 먼동이 틀 무렵인 인시(새벽 3 ~ 5시)에서 새 날이 시작되는 축시(새벽 1 ~ 3시)까지 하루 24시간을 12 조각으로 나누어 선비가 지켜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정리한 책이다. 성현의 말씀, 조상의 풍습, 역사 속 인물열전을 예로 들었다.

 

경허스님의 도 / 이가환의 기억력 / 황희 정승의 판결 / 명마 벌대총(伐大驄) / 주초지왕(走肖之王) 사건 / 퇴계의 대장장이 제자 배순 / 신동 김시습 / 해어화(解語花) 황진이와 화담, 지족선사 / 걸레 중광(重光)스님

 

책 말미에 저자의 8대조인 선비 김서행의 죽서독서록(竹西讀書錄)을 실었다. 아홉 살부터 서른여덟 까지 30년 동안 읽은 책의 제목과 횟수를 기록한 책이다. 조선시대 지식인의 평균적 커리큘럼과 기울인 공력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힘주어 말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세계관이라고. 따라서 독서가 절대적이다. ‘국민의 당’이 국회교섭단체 의원수를 뛰어넘는 당선자를 냈다. 위정자들이 하늘(?)처럼 떠 바치는 ‘국민’의 어원은 무엇일까. - ‘대일본제국’ 천황폐하가 다스리는 나라에 사는 백성, 곧 ‘황국신민’을 줄인 것이 ‘국민’(124쪽) - 이다. 민주주의 나라 피플(people)은 쓸 수가 없는 말이다. 피플은 인민으로 『맹자』에 뿌리를 두었다. “제후지보諸侯之寶는 삼三이니, 토지土地와 인민人民과 정사政事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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