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이십억 광년의 기록
지은이 : 다니카와 슌타로
옮긴이 ; 김응교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서문(한국의 독자들에게) : 「시」와 〈시〉
제1부 ~ 4부 : 31권의 시집에서 고른 117편
제5부 : 산문 3편
옮긴이 해설 : 하늘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이외 출전, 작가연보, 기획의 말 : ‘대산세계문학총서’를 펴내며
시선집의 차례다. 선집은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시 29편이 1부를 차지했다. 내가 시집을 손에 펼쳐든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책장의 외국시집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이쿠를 제외한 일본 현대시는 첫 시집이다. 내로라하는 출판사마다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나는 왜 ‘문지’를 택했을까. 가장 흔하게 눈에 뜨이는 시집이 겉표지 컷이 인상적인 ‘문학과 지성 시인선’이다.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캄차카의 젊은이가 /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 멕시코의 아가씨는 /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뉴욕의 소녀가 / 미소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 / 로마의 소년은 / 기둥 끝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 이 지구에서는 /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들은 아침을 릴레이하는 것이다 / 경도(經度)에서 경도로 / 말하자면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 자기 전에 잠깐 귀 기울여보면 / 어딘가 먼 곳에서 알람시계가 울리고 있다 /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 누군가가 잘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아침 릴레이」(92 ~ 93쪽)의 전문이다. 일본의 문단 사정은 우리보다 더욱 딱한 모양이다. 일본의 전업시인은 딱 한 명뿐이다. 바로 다니카와 슌타로다. 1950년 약관 19세로 문단에 데뷔하여 80여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냈다. 이중 십만 부 이상 팔린 시집이 여러 권이다. 시인은 일본의 “국민시인” 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시인은 ‘국민’이라는 호칭을 거부하고 ‘국가’라는 단어에 질색했다. 제도권 교육이 탐탁치않는 시인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시인은 150여개 학교의 교가를 작사했다. 보수화로 치닫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학교에 즐겁게 등교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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