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참새의 보금자리』를 올린 지 3년 2개월이 흘렀습니다. 수돗가 낙숫물 홈통을 감싼 덧처마 샌드위치 조립식 판넬의 스티로폼 알갱이를 파내고 보금자리를 꾸민 신혼 참새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참새가 새끼를 부화시켜 떠난 한여름 저는 시멘트벽돌로 벌어진 판넬 틈새를 막았습니다. 어머니의 성화도 계셨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덧처마 판넬이 배겨나지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그 후 참새들은 판넬 속을 파내 집을 짓는 난공사를 포기하고 반영구적인 집터를 장만했습니다. 우리 집은 대빈창 해변을 향하는 고개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길을 따라 전봇대가 늘어섰습니다. 언덕을 따라 올라 온 전봇대 하나가 마당 입구에 서 있습니다. 키가 크고 몸통이 튼실한 신형 전봇대입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자리를 지키던 키작고 몸피도 가는 구형 전봇대를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피사의 사탑처럼 옆으로 기운 전봇대 꼭대기에 매년 봄부터 한여름까지 참새 두 마리가 번갈아 짹! 짹! 거리며 벌레를 입에 물고 드나듭니다. 분명 전봇대 정상은 움푹 패였습니다. 볼 수 없지만 녀석들이 새끼를 키우는 보금자리입니다.
“아니, 요 놈들이 어디다 집을 짓는 거지.”
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시고 퇴원하셨습니다. 열흘 만에 집에 들어서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아스콘을 새로 깐 마당에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 천지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왼쪽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 부부 참새가 전화선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녀석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신혼이라 그런지 집이 허술하기 그지없습니다. 심야전기 보일러용 굵은 삼선전선이 드리워졌습니다. 낙숫물 홈통을 감싼 조립식 판넬 구멍으로 엉성한 녀석들의 새집이 보입니다. 아침 해가 봉구산을 넘어와 햇살을 비추면 저는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우리 집은 참새들의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3년 전 시멘트 벽돌로 막은 수돗가 홈통 판넬도 참새들이 집을 새로 꾸몄습니다. 작은 형이 신문지를 말아 입구를 틀어 막았지만 녀석들은 용케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스티로폼 알갱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녀석들이 옛집을 수리해 쓰는지, 옆 공간에 집을 새로 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소리를 죽여 수돗가에 다가서면 새끼들의 지저귐이 요란합니다. 아침마다 감나무와 사철나무 가지를 오가며 참새 부부가 부산을 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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