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 4

텃밭은 참새의 먹이창고

위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전봇대와 모과나무 사이의 보리 이삭에 참새 한 마리가 매달렸고, 한 마리는 바닥에 떨어진 보리 낱알을 쪼고 있습니다. 지난 주 휴일 현관 로비 의자에 앉아 텃밭을 내다보시던 어머니가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현관문을 슬며시 밀치고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댔습니다. 보리 한 포기에 참새떼가 달려들어 이삭을 모두 떨구고 줄기만 남겨 놓았습니다. 녀석들은 채 여물지 않은 보리 이삭의 즙을 빨아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남은 보리 이삭에 양파 그물을 씌우며 말씀하셨습니다. “올해는 새들도 극성이구나.” 나는 참새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우리집 텃밭은 참새의 먹이창고입니다. 무성한 모과나무 그늘아래 쉬던 녀석들은 수시로 텃밭에 내려앉아 벌레를 사냥합니다.우리집..

투구꽃

책이름 : 투구꽃지은이 : 최두석펴낸곳 : 창비 융건릉 거위벌레 / 독도 강치 / 백운산 고로쇠나무 / 울릉도 명이나물 / 유람선 괭이갈매기 / 고층 아파트 황조롱이 / 동강 꿩 가족 / 철원평야 두루미 / 돼지평전 원추리 / 양양 남대천 연어 /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 / 영월 동강 어라연 산철쭉 / 홍도 청띠제비나비 / 참성단 소사나무 / 면앙정 참나무 / 철원 노동당사 돌나물 / 도동서원 은행나무 / 선운산 꽃무릇 / 광양 옥룡사터 동백숲 / 정암사 적멸보궁 주목 / 화엄사 구층암 모과나무 / 화엄사 각황전 매화나무 / 고란사 고란샘 / 예언서 옥룡록 / 현등사 곤줄박이 / 타클라마칸 폐허절터 도마뱀 / 불바라기 약수 / 경주 남산 마애관음보살 / 점봉산 곰배령 부비새 / 백두산 두메양귀비  1부 -..

새끼 참새의 둥우리

바야흐로 완연한 봄입니다. 사철나무의 두터운 푸른 잎은 더욱 윤기가 흐릅니다. 명자나무는 자잘하고 빼곡한 푸른 잎에 꽃이 점점이 빨갛게 수를 놓았습니다. 게으른 감나무가 이제 새순을 튀웁니다. 마른 감나무 가지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요란스럽게 지저귀던 네다섯 마리의 참새는 재빨리 밭 울타리 개나리 덩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의 요즘 아침은 참새들의 짹! 짹! 요란하게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왔습니다. 명자나무꽃이 땅에 드리운 마른 풀섶을 길고양이가 조심스레 뒤적입니다. 참새 둥우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참새 어미는 슬라브에 잇댄 조립식 판넬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새끼 참새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합니다. 생강나무는 노란꽃이 지고 두툼한 새순을 가지마다 매달았습니다. 찔..

곤줄박이가 땅콩을 훔쳐가다

올 추분은 주말이었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여명이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창고 구석에 처박힌 헌 등산화를 꿰찼습니다. 목장갑을 끼고 텃밭에 내려섰습니다. 이슬이 펑하게 내렸습니다. 땅콩 줄기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뽑아 올렸습니다. 땅콩 꼬투리가 줄줄이 딸려 올라 옵니다. 땅콩은 캐는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너무 늦으면 꼬투리 줄기가 끊어져 수확이 번거롭습니다. 땅속에 숨은 땅콩을 호미로 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대로 땅콩 캐는 시기를 잘 맞춘 것 같습니다. 한 시간여 만에 두 이랑의 땅콩을 뽑아 두둑에 가지런히 줄을 맞추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에 깔방석이 들렸습니다. 어머니가 뿌리에 엉킨 흙과 꼬투리를 털어내고 땁니다. 저는 땅콩 꼬투리를 집 앞 마당에 편 그물에 넙니다. 올 땅콩 농사는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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