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전봇대와 모과나무 사이의 보리 이삭에 참새 한 마리가 매달렸고, 한 마리는 바닥에 떨어진 보리 낱알을 쪼고 있습니다. 지난 주 휴일 현관 로비 의자에 앉아 텃밭을 내다보시던 어머니가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현관문을 슬며시 밀치고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댔습니다. 보리 한 포기에 참새떼가 달려들어 이삭을 모두 떨구고 줄기만 남겨 놓았습니다. 녀석들은 채 여물지 않은 보리 이삭의 즙을 빨아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남은 보리 이삭에 양파 그물을 씌우며 말씀하셨습니다. “올해는 새들도 극성이구나.” 나는 참새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우리집 텃밭은 참새의 먹이창고입니다. 무성한 모과나무 그늘아래 쉬던 녀석들은 수시로 텃밭에 내려앉아 벌레를 사냥합니다.
우리집은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언덕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석축을 쌓아 지대를 높이고 집을 앉혔습니다. 텃밭은 집보다 한단 낮았습니다. 한길에서 집으로 들어서는 진입로 양편의 길쭉한 손바닥만한 밭은 사시사철 어머니의 손길을 탔습니다. 가드레일 안쪽에 찰옥수수가 일렬로 심겼고, 땅콩도 줄을 맞추었습니다. 전선을 끌어들인 굵은 전봇대와 전화선을 매단 기우뚱한 전봇대가 이웃해 섰습니다. 삐딱한 전봇대 꼭대기의 파인 곳은 참새의 보금자리입니다. 고수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씨를 받으려 남긴 시금치 한포기가 우거졌습니다. 대파도 꽃망울을 맺었습니다.
까마귀가 전선에 앉아있다 닭이 홰를 치면 잽싸게 계란을 낚아채어 날아갑니다. 솔개와 매가 병아리를 채가려 공중을 한 바퀴 길게 선회합니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은 새들의 지상낙원입니다. 모내기를 마친 물이 텀벙한 다랑구지 논에 저어새가 부리를 휘젓고, 흰뺨검둥오리는 물장구를 칩니다. 왜가리와 백로가 논바닥에 연신 부리를 박았습니다. 텃밭가의 찔레꽃 덤불에 노랑부리턱멧새, 콩새, 박새가 어지럽게 날고, 산비둘기와 어치는 텃밭에 묻은 땅콩과 참깨를 노립니다. 어머니는 고추장 재료인 밀기울을 얻으려 보리를 뿌리셨습니다. 가뭄으로 싹을 올리지 못했던 작년 보리가 용케 이삭을 매달았습니다. 뒷집은 보리를 이른 봄에 파종합니다. 한겨울 텃밭에서 사는 기러기의 극성을 배겨날 수 없었습니다.
바다가 내려 보이는 창문을 열면 하루 종일 텃밭에서 벌레를 잡는 참새 떼의 짹 ~ ~ 짹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집 텃밭은 참새 소굴입니다. 노순이는 참새 사냥에 성공하면 산 채로 물고와 야 ~ 옹 거리며 자신의 솜씨를 우리 식구한테 자랑합니다. 텃밭 고랑에 뿌린 상추가 고개를 내밀자 여지없이 참새 떼가 여린 새싹을 쪼아댔습니다. 어머니는 보리 이삭 한 포기를 참새의 몫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2010년 태풍에 뿌리뽑힌 텃밭 가의 앵두나무 열매는 직박구리 차지였었습니다. 곤줄박이는 마당에 널어놓은 땅콩을 부리로 물고 전선줄에 앉아 사람 동태를 살폈습니다. 참새 떼가 여물어가는 보리 이삭의 즙을 빨아 먹었습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주변에서 생을 영위하는 뭇 생명들과 소통을 하십니다. 당신은 모든 사물과 현상에 인성(人性)을 부여하셨습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살림 : 토끼-닭-참새 (0) | 2019.06.24 |
---|---|
식물도 생각한다 (0) | 2019.06.10 |
'오래된 미래'를 만나다. (0) | 2019.05.27 |
뒷집 새끼 고양이 - 19 (0) | 2019.05.20 |
마석 모란공원에 다녀오다 - 3 (0) | 2019.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