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9

대빈창 2019. 5. 20. 07:00

 

 

 

현관문을 열자 노순이가 펄쩍 앞발을 발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노순이는 요즘 치킨에 몸이 바짝 달았습니다. 봄맞이 집 도색과 방수를 한달 전에 마쳤습니다. 일꾼들이 페인트를 강화읍에서 조달하며 오일장표 통닭 튀김을 한 마리 사왔습니다. 반만 먹고 이리저리 체이던 닭튀김을 어머니가 가스 렌지에 찜을 했습니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 좋다고. 튀김옷이 꺼멓게 변색되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마실 온 노순이가 닭다리 한 점을 얻어먹었습니다. 맛이 들린 노순이가 집에 갈 생각을 잊고 하루 종일 어머니를 강아지처럼 쫒아 다녔습니다. 녀석은 유모차를 밀고 산책에 나서는 어머니를 앞뒤로 빙빙 돌며 종아리에 얼굴을 비벼댔습니다.

 

“노란 놈은 여우 짓만 골라 하는구나.”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닭다리 한 점을 얻으려는 노순이의 아양은 끝을 몰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입문을 열면 어느새 녀석은 소리 없이 열려진 문틈으로 쏙 들어섭니다. 평소 즐기던 개 사료에 눈길도 주지 않고 녀석은 하염없이 마루만 쳐다보았습니다. 노순이는 아주 끈질깁니다. 닭다리를 내 놓으라고 몇 번 야 ~ ~ 옹 거리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바깥에 나서려고 미닫이 출입문을 밀면 녀석은 쏙 먼저 나섭니다.

 

“숫놈은 나이 먹으면 집을 나간다.”

 

동네 할머니들의 집고양이 생태에 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실입니다. 재순이가 그 사실을 요즘 여실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보름째 코빼기도 보이질 않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 지 집 근처에 얼씬도 않던 녀석이 엉뚱한 곳에 얼굴을 내밉니다. 에전처럼 개 사료를 내놓으라고 땡깡을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잊을만하면 얼굴을 들이밀 뿐, 재순이의 발걸음은 바깥으로 나돌았습니다. 작은 덩치가 안쓰러운 검돌이는 매양 뒷집 뒤울안에서 외롭게 해바라기를 합니다. 노순이를 못살게 굴어 주인네의 미운털이 박힌 녀석은 배고프면 우리집 현관문이나 부엌 샛문에 나타나 갸날픈 소리로 먹을 것을 청합니다. 녀석은 여적 우리집 식구와 제대로 사귀지 못했는지 사료 그릇을 내놓는 나의 손길을 피해 저만큼 물러납니다. 고양이들은 그릇에 퍼 놓은 오래된 사료에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냄새가 휘발되어 사료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실제 맛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포대의 새 사료를 밥그릇에 한 줌 담아 줍니다. 검돌이가 겁먹은 눈길로 한걸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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