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6

볼음도의 보름이

나의 블로그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리뷰는 「뒷집 새끼 고양이」였다. 새끼 고양이 재순이와 노순이를 처음 만난 것이 8년 전 초여름이었다. 그때 녀석들을 뒷집 뒤울안 배나무 가지에 올려놓고 이미지를 잡았다. 지금 배나무는 베어져 그루터기만 남았다. 노순이와 재순이는 느리선창 매표소에서 분양받은 남매였다. 남매 고양이보다 일 년 빠른 덩치가 작았던 검돌이는 이년 전 가출해서 소식을 알 수 없다. 노순이는 새끼를 잘 낳았다. 네다섯마리씩 새끼를 낳던 녀석은 여섯 배 째부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한 마리만 남았다. 사나웠던 얼룩이는 강화도 방앗간에 분양되었다. 요즘 어미를 따라 우리집에 놀러오는 노랑이는 일곱 배 째였다. 감나무집 나비는 대빈창 길냥이 사 형제 중 막내였다. 섬은 길냥이가 눈에 띄게 많았다...

대빈창 길냥이 - 3

"감나무집..저희네요 ㅋㅋㅋ할머니는 저희때문에 데려오신것도 있지만 정말 잘 키워주시고계십니다 갇힌거 아니구요 ㅠㅠ마당도 돌아다니고 집에들어와서 할머니랑 티비도 보면서 세상 누릴거 다 누리면서 살고있어요!!" "감나무집 손녀이시군요. 대빈창 길냥이 막내가 해변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비실거렸는데, 주인을 잘 만나 아주 튼실해졌어요. 오늘도 녀석을 보았는데 목에 예쁜 목테까지 매고 있더군요. 아무쪼록 녀석이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빈창 길냥이 - 2」에 달린 댓글과 답글이다. 길냥이 4형제를 대빈창 해변의 버려진 수족관에서 처음 만난 것이 지난해 장마철이었다. 녀석들은 자신들의 운명대로 삶의 길을 찾아 나섰다. 뭍으로 나가는 이에게 맡겨진 맏이는 섬을 떠나기가 싫었는지 가출했다. ..

대빈창 길냥이 - 2

매일 갯벌을 드나들며 상합을 채취하는 이에게 들은 소식으로 정확한 정보였다. 대빈창 길냥이 형제의 내력이 밝혀졌다. 섬 주민 누군가가 새끼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없다. 대빈창 해변 솔숲에 풀어놓았다. 가장 먼저 사라졌던 덩치 큰 놈은 맏이였다. 전출 가는 농협 지소장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맏이가 먼저 분양되었으나 고향을 떠나기 싫었는지 가출했다고 한다. 고양이 새끼 세 마리는 버려진 수족관 밑을 보금자리 삼았다. 막내가 이웃 감나무집 식구가 되었다.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손자들이 해변에 놀러 갔다가 두 마리를 마저 집으로 데려왔다. 감나무집은 졸지에 고양이 세 마리의 주인이 되었다.동네 할머니 한 분이 감나무집에 마실을 갔다가 우리집에 들렀다. 고양이 세 마리가 할머니를 따라왔다. 할머니는 ..

대빈창 길냥이

나비야 ~ ~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야 ~ ~ 옹! 대꾸하며 두 놈이 은신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화장실 뒷벽 창문턱에 얹어놓은 비닐봉지의 사료를 꺼냈다. 배가 고픈 지 녀석들이 허둥지둥 쫓아왔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녀석들 앞에 놓았다. 폭풍흡입이었다. 녀석들을 만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날 저녁 산책이었다. 솔숲 캠핑장에 들어서는데 주먹만한 고양이가 나를 보고 야! 옹 가냘픈 소리로 아는 체를 했다. 녀석들의 은신처는 버려진 수족관 밑이었다. 예닐곱 해가 지났을까. 대빈창 마을주민 한 분이 해변에 계절 간이식당(함바집)을 내었다. 그 시절 성수기의 대빈창 해변은 피서 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식당은 수족관에 살아있는 농어·숭어를 풀었다. 해변을 찾은 도시인들의 횟감용이었다. 어느 해 북한에 ..

뒷집 새끼 고양이 - 23

노순이가 다섯 배 새끼를 낳은 지 열흘이 되었습니다. 다른 때보다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노순이는 뒷집 형이 창고 바닥에서 한턱 높게 골판지 박스로 마련한 분만실을 본체만체 하였습니다. 녀석은 분만 장소로 우리 집을 점찍어 두었습니다. 우리 집은 미닫이 출입문을 밀면 작은 현관을 지나 마루로 올라서게 됩니다. 마루와 바람벽 통유리 사이의 길쭉한 공간이 아파트 베란다 역할을 합니다. 노순이는 잡동사니가 쌓인 베란다 안쪽의 틈새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이틀동안 좁은 틈새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지팡이에 억지로 끌려 나왔습니다. 배가 부른 채 미적거리는 걸음으로 자기집으로 향하는 노순이가 안쓰러웠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노순이의 해산 뒷바라지를 ..

길냥이를 찾습니다.

녀석의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아침저녁 산책에서 녀석을 만난 지 일 년을 넘어섰습니다. 반가움에 그냥 ‘나비야! 나비야!’하고 부르면 녀석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이미지에 나타난 것처럼 녀석의 특징은 꼬리에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에 산다는 눈표범처럼 꼬리가 아주 튼실합니다. 달리는 속도의 몸의 중심을 잡는 키 역할로 굵고 탐스런 꼬리가 받쳐줍니다. 녀석의 눈·코·입·귀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여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산책에서 만나면 녀석은 제 양 정강이를 번갈아 비비며 반가움을 표합니다.봉구산 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에 올라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어름이면 고구마밭, 고추밭, 다랑구지를 지나는 오솔길에서 녀석은 어느새 저의 뒤를 쫓아 앞질러 달려갑니다. “나비야,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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