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 ~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야 ~ ~ 옹! 대꾸하며 두 놈이 은신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화장실 뒷벽 창문턱에 얹어놓은 비닐봉지의 사료를 꺼냈다. 배가 고픈 지 녀석들이 허둥지둥 쫓아왔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녀석들 앞에 놓았다. 폭풍흡입이었다. 녀석들을 만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날 저녁 산책이었다. 솔숲 캠핑장에 들어서는데 주먹만한 고양이가 나를 보고 야! 옹 가냘픈 소리로 아는 체를 했다. 녀석들의 은신처는 버려진 수족관 밑이었다. 예닐곱 해가 지났을까. 대빈창 마을주민 한 분이 해변에 계절 간이식당(함바집)을 내었다. 그 시절 성수기의 대빈창 해변은 피서 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식당은 수족관에 살아있는 농어·숭어를 풀었다. 해변을 찾은 도시인들의 횟감용이었다. 어느 해 북한에 큰물이 지고 서해 외딴 섬 해변까지 목함지뢰가 떠 내려왔다. 피서객들의 발길이 줄고, 함바집은 문을 닫았다.
고양이는 한 달이면 젖을 뗀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녀석들의 무리는 네 마리였다. 하나같이 노란 줄무늬를 가졌다.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먼저 사라졌다. 나는 그놈이 어미인지 맏이인지 모르겠다. 어미였으면 불상사를 당했거나, 맏이였으면 마을주민이 기르려고 데려갔을 것이다. 나를 보고 아는 체 한 놈은 막내였다. 덩치가 왜소했다. 녀석들의 밥 그릇은 비어 있었다. 간혹 캠핑 족들이 먹다 남은 밥을 굴러다니는 그릇에 담아주었다. 나는 느리(우리집 진돗개 트기)의 사료를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눈에 안 띄는 화장실 뒤편에 갈무리했다. 산책을 오며가며 녀석들의 끼니를 챙겼다. 어느 날, 알갱이가 작은 고양이 사료가 눈에 뜨였다. 해안에 뻘그물을 멘 주민이 바다를 오가며 호주머니에서 사료를 꺼냈다.
열흘 전부터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서운했다. 그중 정이 많이 든 녀석이었다. 멀리서부터 산책하는 나를 보고 야 ~ ~ 옹! 하며 반기던 놈이었다. 밥상머리에서 어머니께 녀석의 소식을 들었다. 감나무집 형수가 가무락을 캐고 돌아오는 길에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쥐가 들끓어 이웃집에서 고양이를 분양받으려고 했다. 녀석에게 잘 된 일이었다. 사람을 따르는 녀석의 붙임성이 형수의 눈에 뜨였을 것이다. 야생고양이라 녀석의 몸은 냄새가 심했다. 목욕을 시켜도 순한 녀석은 얌전했다고 한다. 나의 서운함을 눈치 채신 어머니께서 우리도 남은 녀석들을 데려다 키울까 하셨다.
“아네요. 막상 집에 오면 귀찮아 질 거예요”
두 녀석의 야생의 삶은 씩씩했다. 나는 산책을 다녀오면 녀석들의 안부를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두 녀석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캠핑 족들이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요리하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동냥했다.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의 하는 짓이 귀여워 불판의 삼겹살을 던져 주었다. 장마가 무한정 길어졌다. 햇살 본 날이 드물었다. 캠핑장의 부녀회 손수레에 빗물이 가득했다. 다행히 녀석들의 안식처는 물길을 피했다. 장마와 무더운 계절이 지나면 녀석들은 부쩍 클 것이다. 대빈창 해변의 다른 길냥이들처럼 녀석들도 야생의 삶에 적응할 것이다. 빗줄기가 주춤해졌다. 나흘 만에 산책에 나섰다. 사료를 빈 그릇에 붓고 나비야~ ~ 불러도 대꾸가 없다. 수족관 아래 녀석들의 아지트에 어둠만 고여 있었다.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나, 피서객의 손을 탔을 것이다. 가슴 속으로 휑한 바람이 불어왔다.
감나무집 고추를 째러 마실을 가셨던 어머니가 녀석들의 소식을 전해 주셨다. 고양이 새끼 세 마리 모두 감나무집에 있었다. 할아버지집에 놀러 온 손주 녀석들이 대빈창 해변의 고양이 두 마리를 마저 데려왔다. 세 녀석 모두 수놈이었다. 감나무집 형수가 말했다.
“애써 키우면 뭐 해. 다 자라면 집 나갈 놈들이데.”
고양이 수놈들은 자라면 집을 나가 떠돌이 생활을 했다. 주말에 손주들이 다시 섬을 찾으면 고양이 두 놈을 도로 대빈창 솔숲에 데려다 놓겠다고 했다. 사료가 떨어졌다. 녀석들의 먹이를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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