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대빈창 길냥이 - 2

대빈창 2020. 8. 21. 07:00

 

매일 갯벌을 드나들며 상합을 채취하는 이에게 들은 소식으로 정확한 정보였다. 대빈창 길냥이 형제의 내력이 밝혀졌다. 섬 주민 누군가가 새끼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없다. 대빈창 해변 솔숲에 풀어놓았다. 가장 먼저 사라졌던 덩치 큰 놈은 맏이였다. 전출 가는 농협 지소장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맏이가 먼저 분양되었으나 고향을 떠나기 싫었는지 가출했다고 한다. 고양이 새끼 세 마리는 버려진 수족관 밑을 보금자리 삼았다. 막내가 이웃 감나무집 식구가 되었다.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손자들이 해변에 놀러 갔다가 두 마리를 마저 집으로 데려왔다. 감나무집은 졸지에 고양이 세 마리의 주인이 되었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감나무집에 마실을 갔다가 우리집에 들렀다. 고양이 세 마리가 할머니를 따라왔다. 할머니는 고양이 세 마리를 다시 감나무집으로 데려갔다. 막내는 집안에 갇히고, 자유로운 둘째와 셋째는 다시 우리집에 나타났다. 대빈창 해변에서 먹이를 챙겨 준 은인을 알아 본 것이다. 막내는 감나무집에서 기르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라, 손자들을 위해 딸네 집에 분양할 것이라고 한다. 막내는 감나무집에서 보살핌을 잘 받고 있었다. 찬밥 신세인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집을 터전으로 삼았다. 나를 믿고 하는 짓이었다. 저녁산책에 나서자 두 마리가 뒤를 따랐다. 언덕 정상의 왕소나무까지 따라오다 못 미더운 지 두 녀석은 발길을 돌렸다.

두 놈은 하룻밤을 우리집 뒤울안 평상 밑에서 잤다. 먼동이 터오는 이른 시각 뒤울안을 돌아서는 어머니를 두 녀석이 반색했다. 놈들은 개 사료를 챙겨주는 어머니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출근하기 전 녀석들을 코란도 스포츠 짐칸에 싣고 대빈창 해변으로 내달렸다. 수족관에 녀석들을 다시 풀어놓을 심산이었다. 어라! 고양이 두 마리가 없었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오니 한 녀석이 마당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놈은 차가 출발하기 전에 뛰어 내렸다. 어머니가 다른 녀석을 찾아 나섰다. 다른 놈은 언덕빼기 들깨 밭에 몸을 숨겼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 들르니 두 녀석이 아예 현관문 앞에 늘어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매일 비가 퍼붓더니 오랜만에 햇살이 비춘 날이었다.

대기 습도가 높아 몸을 조금 움직여도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할 수 없었다. 녀석들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앞좌석에 싣고 가속기를 밟았다. 덜컹거리는 진동 때문인지 녀석들이 얌전했다. 수족관 주변에 풀어놓고 화장실 뒷벽 사료를 꺼내 빈 그릇에 담아주었다. 두 놈은 자신들이 살던 옛집이 낯익은 지 수족관 밑 어둠속을 들락거렸다. 녀석들은 다시 나의 아침저녁 산책마다 반갑다고 야~~옹! 아는체를 했다. 조건반사에 의한 파블로프의 개처럼 녀석들은 나의 모습이 눈에 띄면 멀리서 놀다가도 사료 그릇으로 향했다.

고양이 사료를 호주머니에 넣고 바다를 오가던 주민을 만났다. 두 녀석이 며칠 보이지 않아 서운했다고 한다. 녀석들의 먹이를 챙기는 이는 나만이 아니었다. 어림짐작으로 세 분이나 되었다. 굴러다니는 커다란 플라스틱에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 담겼다. 추위가 닥치기 전까지 녀석들이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기상관측이래 역대 최장이라는 장마가 끝나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퍼붓다 말다를 반복했다. 녀석들이 궁금했다. 사료를 챙겨 차를 몰고 대빈창 해변으로 나갔다. 한 녀석은 화장실 현관 처마 밑에 웅크렸다. 한 놈은 가는 빗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 놀았다. 두 녀석이 합창으로 냐 ~ ~ 옹! 반가운 체를 했다. 빈 그릇에 사료를 부었다.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녀석들이 허겁지겁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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