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도 등대 등명기는 1분에 5회전했고 광달(光達)거리는 25마일이었다. 25마일 밖 해상에서 그 빛은 12초에 한 번씩 명멸하는 백색 섬광으로 보였다. 밤의 바다에서 어둠과 물보라에 가리워 섬은 보이지 않았고 12초에 한 번씩 깜박이는 불빛이 보였다. 12초 1섬광. 거기가 소라도였다.’(95쪽)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 2006)에 실린 단편 「항로표지(航路標識)」의 한 문장이다. 서도(西島) 군도(群島)는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었다. 바닷물이 차면 물속에 들어 보이지 않고,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여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강화도와 서도를 오가는 카페리호의 선장은 베테랑이 조타수를 잡았다. 그만큼 숨어있는 여로 인한 위험 항로였다. 볼음도와 아차도, 주문도의 폭 좁은 해협에 널린 여를 표시하는 항로표지(등표, 입표)가 많았다. 나는 그동안 등표, 입표를 등대로 알았다. 나의 무지를 일깨워 준 카페 〈섬으로(이승희)〉님께 감사드린다.
등화를 켜는 것은 등표이고 주야간에 같이 사용되지만 입표는 등화가 없는 것으로 주간용이다. 주문도 근해는 서해 북방어로 한계선에 인접해 야간 조업이 제한되고 있어 입표가 많다. 하지만 안개가 심한 날이거나 아침 일찍 출어하거나 또는 일몰 후에 돌아오는 선박을 위해 주민들의 요구로 등화를 켜는 것으로 준비 중이다. 앞으로 입표가 아니라 등표로 이름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등대는 섬 · 곶 · 항구 · 해안선에 설치한 배의 항로 표지등이다. 낮 동안은 탑의 색깔로서, 밤에는 강한 불빛을 비추어서 선박 또는 항공기에 육지의 위치, 위험한 곳을 알린다. 안개가 많이 끼는 지역은 불빛 대신 소리로 알리는 안개 신호소가 있다. 등대의 불빛으로 주황색 · 흰색 · 녹색이 사용된다. 다른 등대나 보통 빛과 구별하기 위하여 비추는 방법이나 색깔을 여러 가지로 바꾸기도 한다. 이 밖에 물에 부표를 띄워 배의 길잡이로 삼았다. 불이 켜지는 것을 등부표라고 한다. (Daum에서 발췌)
하루 2항차가 운항되는 삼보12호는 강화도 외포항에서 주문도 느리항까지 1시간40여분이 소요된다. 석모도 어유정항에 등대가 있고, 서도(西島) 군도(群島)에는 등표와 입표가 있다. 삼보12호는 석모도 어유정항을 지나 서도(西島) 군도(群島) 바다로 들어섰다. 객선은 볼음도에 들러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에 정박했다. 뱃길을 따라가며 주문도의 무인도 수시도 동방등표와 아차도 동방등표, 아차도 북방 부표, 아차도 북서방 입표, 볼음도 입표 그리고 주문도 입표가 늘어섰다. 위 이미지는 7월 중순 새벽 5시경 우리집 옥상에서 잡은 석모도 하늘을 물든 북새가 장관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이미지를 보고서 아차도 동방등표가 초록 불빛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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