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6월 24일부터 8월16일까지 54일 간의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습니다. 두 달여 동안 귓전에 끊임없이 청개구리의 금속성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비가 오면 청개구리가 슬프게 우는 게 논두렁에 모신 엄마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돼서 그렇데”
밥상머리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현상과 사물에 인성(人性)을 부여하시는 어머니의 귀에 장마기간 내내 들려오는 청개구리의 울음이 더욱 구슬프게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붙게 들어 온 ‘알 안 듣는 아이’의 상징 <청개구리 이야기>의 한 토막입니다. 옛날 청개구리 모자가 살았습니다. 아들 청개구리는 항상 엄마 청개구리의 말과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어깃장을 부리는 아들 청개구리로 인해 엄마 청개구리는 죽으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습니다. 엄마 청개구리는 이렇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내가 죽으면 논두렁에 묻어다오.”
반대로 행동하는 아들 청개구리가 산에 묻어줄 것이라고 믿으며 엄마 청개구리는 눈을 감았습니다. 엄마 청개구리가 죽자 그때서야 아들 청개구리는 철이 들었습니다. 엄마 살아생전 거꾸로 행동했던 자신을 후회했습니다. 유언대로 논두렁에 엄마를 모셨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청개구리는 엄마 무덤이 떠내려갈까 슬프게 울고 있습니다.
「양서류의 적색경보」를 포스팅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독서등 불빛에 날아드는 날벌레를 사냥하는 청개구리를 보며 기후변화로 인한 양서류의 멸종을 우려한 글이었습니다. 독서대에 올려 진 책의 오른쪽 모서리 창틀 위에 방충망에 배를 깔고 사냥에 여념이 없는 청개구리가 보입니다. 놈은 네 다리의 발가락을 방충망 철사 틈에 밀착시키고, 쉴 새 없이 목울대를 움직였습니다. 녀석은 방충망을 상하좌우 마음먹은 대로 점프하며 옮겨 다녔습니다. 10년이 흐른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양서류의 생존 위협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기온 상승, 가뭄, 길어진 건기 등은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위험이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에 의하면 전 세계 양서류 6260여 종 가운데 1/3인 2030여 종이 멸종위기에 몰렸다고 합니다.
코스타리카의 황금두꺼비는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이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양서류의 전염병 항아리곰팡이를 확산시켰습니다. 세계적 양서류 생태전문가 브루스 윌드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진은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항아리곰팡이를 국제적으로 신고 의무가 있는 질병으로 등재하였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에서만 사는 수원청개구리를 ‘야생에서 절멸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종’인 적색목록의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서해안지역 일대에 분포하는 한국고유종 금개구리는 취약(VU)등급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 입니다.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한국은 기후변화 주범의 청개구리 노릇을 작정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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