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집..저희네요 ㅋㅋㅋ할머니는 저희때문에 데려오신것도 있지만 정말 잘 키워주시고계십니다 갇힌거 아니구요 ㅠㅠ마당도 돌아다니고 집에들어와서 할머니랑 티비도 보면서 세상 누릴거 다 누리면서 살고있어요!!"
"감나무집 손녀이시군요. 대빈창 길냥이 막내가 해변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비실거렸는데, 주인을 잘 만나 아주 튼실해졌어요. 오늘도 녀석을 보았는데 목에 예쁜 목테까지 매고 있더군요. 아무쪼록 녀석이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빈창 길냥이 - 2」에 달린 댓글과 답글이다. 길냥이 4형제를 대빈창 해변의 버려진 수족관에서 처음 만난 것이 지난해 장마철이었다. 녀석들은 자신들의 운명대로 삶의 길을 찾아 나섰다. 뭍으로 나가는 이에게 맡겨진 맏이는 섬을 떠나기가 싫었는지 가출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녀석은 섬 곳곳을 자기 앞마당처럼 활개 치는 길냥이가 되었을 것이다. 대빈창 해변에 다시 풀어놓은 둘째와 셋째는 각자 다른 집에 분양되었다. 안타깝게 한 녀석이 죽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목을 매 놔서 불편해서 죽었다고 한다. 녀석은 구속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는지 모르겠다.
대빈창 해변 가는 언덕 위에 세집이 이웃했다. 봉구산을 등지고 두 집이 바다를 바라보았고, 한 집은 길 건너에서 봉구산을 마주했다. 길 건너집의 택호宅號가 감나무집이었다. 유달리 가물었던 어느 해, 오래 묵은 나무는 베어졌다. 달짝지근한 감나무 잎에 송충이가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잎맥뿐 인 잎사귀를 매단 나무의 몰골은 흉물스러웠다. 나무가 서있건 베어졌건 어머니에게 감나무집이었다. 허기가 져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막내의 운명은 감나무집에 분양되면서 꽃길을 걸었다. 녀석이 눈에 뜨이면 옛정이 떠올라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막내의 이름은 ‘나비’였다. 나비는 번번이 나를 보면 줄행랑을 놓았다.
"너는 머리가 나쁜 고양이구나!"
은인을 보고 도망치는 녀석이 서운했다. 감나무집 형수가 환하게 웃었다. 나비가 정말 머리가 나쁜건지, 아니면 자기를 정성껏 돌봐주는 주인께 충성심을 보이고 싶은건지, 아니면 먹을 것을 탐하는 욕심많은 고양이인지 나는 모르겠다. 녀석은 어릴 적 아픈 기억을 털어버렸을 것이다. 설날 연휴, 감나무집 손자들이 할머니 집을 찾았다. 댓글을 단 아이의 가슴에 안긴 나비를 사진 찍고 싶었다. 아이들은 보이지않고 대빈창 길냥이 막내가 밥그릇에 코를 박고 있었다. 녀석도 설날인지라 별식으로 계란두부 부침을 먹고 있었다. 나비는 어릴 적 콧잔등 흉터가 그대로였다.
"우리집에 말 왔구나"
마루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가 없는 어머니를 위해 감나무집 형수가 호박죽을 쑤었다. 죽그릇을 들고 온 형수를 따라 나비도 우리집 마루에 고양이발(?)로 올라섰다. 막내는 껌 딱지마냥 감나무집 형수를 졸졸 따라다녔다. 고아로 자라며 배고팠던 트라우마가 녀석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감나무집 형 말대로 비리비리했던 녀석이 이제 자기집을 찾은 사람들을 보면 머리를 들이밀고 아양을 떨었다. 대빈창 길냥이 막내 나비의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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