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25

대빈창 2021. 2. 2. 07:00

“노란 놈이 웬 종일 쫓아다니며 알랑거리는구나”

 

어머니의 말씀이십니다. 뒷집 형네 부부가 출타하면 고양이 남매 오빠 재순이와 누이동생 노순이는 그날부터 스스로 우리 집에 입양됩니다. 이번 외출은 5일간입니다. 아침 첫배가 출항하는 시간 어김없이 두 녀석이 우리 집에 나타났습니다. 허기진 속을 채우러 나타난 것입니다. 누이 노순이는 아주 착한 고양이입니다. 녀석은 절대 먹이를 달라고 보채지 않습니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문이 열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우리 모자가 현관문을 밀치면 쏙! 집안으로 들어섭니다. 동작이 얼마나 날랜 지 녀석이 집에 들어 온 것을 눈치 못 챌 때마저 있습니다. 녀석의 행동은 그림자처럼 조용합니다.

개사료를 그릇에 담아 바닥에 내려놓으면 노순이는 얌전하게 먹을 만큼 입에 댑니다. 녀석은 욕심내는 법이 없습니다. 됐다 싶으면 녀석은 마루턱 앞 수건에 얌전히 몸을 눕힙니다. 집안 어머니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노순이가 몸을 일으켰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녀석은 야 ~ 옹!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누군가 우리집을 방문하거나, 밖을 나서려 현관문을 밀치면 노순이는 바람처럼 밖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녀석이 뜬금없이 남긴 개사료 그릇에 코를 박으면 나가기 싫다는 뜻입니다. 우리 식구가 마루문을 열면 노순이가 일어나 개사료를 먹는 시늉을 합니다. 녀석의 뜻을 알고 그냥 미닫이 출입문을 닫습니다.

오빠 재순이는 뒷집 형네 부부께 구박덩이입니다. 식탐이 강한 녀석의 끈기는 섬 내 고양이 세계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아야 마땅합니다.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녀석이 조르기 시작하면 우리 모자는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개사료를 안 주고 못 배깁니다. 덩치가 우람한 재순이는 먹는 량도 보통을 넘습니다. 하지만 재순이는 자기분수를 아는 고양이입니다. 우리집 현관 안에 절대 발을 들이지 않습니다. 문턱에 흩뿌린 개사료를 주워 먹으며 녀석은 연신 냥 - 냥 -냥  신음소리를 냅니다. 자기에게 먹을 것을 베풀어 고맙다는 뜻인지, 배가 너무 고파 양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맛있다는 만족스런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별명이 ‘미련한 놈’인 재순이는 기특하게 양보할 줄 아는 고양이입니다. 노순이가 맛있는 것을 혼자 먹어도 지켜 볼 뿐입니다. 어제 저녁, 어머니가 상한 달걀을 쪄서 노순이에게 주었습니다. 해 뜨는 시간이 늦은 요즘, 재순이가 어둠 속 부엌 샛문에 나타나 조르기 시작합니다.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앙탈을 부립니다.

 

"미련한 놈한테도 찐 계란 좀 주시지 그랬어요"

 

어머니가 쪽문을 열고 삶은 계란 두 개를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노순이가 냉큼 달려들었습니다. 재순이는 물끄러미 노순이가 맛있게 먹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재순이가 누이에게 맛있는 삶은 계란을 양보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 식구는 뒷집 고양이 남매가 고마웠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우리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녀석들로 인해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단출하다 못해 적적하기까지 한 우리집은 녀석들로 인해 하루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해가 떨어져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밀치자 노순이가 쏙! 하고 튀어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노란 놈이 차소리가 나자 얼른 문 앞으로 다가가 앉더구나”

 

녀석은 왠종일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가 떨어지자 자기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약아 터진’ 노순이가 차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려고 미리 준비했던 참이었나 봅니다. 노순이는 영리한 고양이입니다. 뒤울안으로 돌아서자 미련한 놈 재순이가 어머니의 깔방석에 웅크리고 앉아 반갑다고 냐 ~~ 옹! 알은체를 했습니다. 살이 오른 재순이의 얼굴이 더욱 미련스러워 보였습니다. 녀석은 시간관념이 없습니다. 밖이 어두워오는데 집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식구가 먹을 것을 내려주길 하염없이 기다리며 졸라 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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