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4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책이름 :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지은이 : 김민정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활자중독자로 나의 주변에 항상 두 권의 책이 대기했다. 부피가 있고 행간을 짚어가는 책은 여유로운 시간에 독서대에 올렸다. 가벼운 에세이와 시집은 자투리 시간에 잡을 요량으로 휴대했다. 가벼운 시집이니만치 한 손으로 시집을 펼쳐들면 앞을 지나는 이는 자연히 표제에 눈이 갈 것이다. 상대방과 민망한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는 난감을 피하기 위해 나는 시집을 독서대에 올렸다. 시인의 말에 따르자면 나의 머릿속은 ‘그것’이 가득 찼다. 더군다나 차례를 훑어보니 「서둘러서 서툰 거야 서툴러서 서두른 게 아니고」, 「잘 줄은 알고 할 줄은 모르는 어떤 여자에 이르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나는 표제를 보고..

각설하고,

책이름 : 각설하고, 지은이 : 김민정 펴낸곳 : 한겨레출판 「작가의 말」을 따라가며 살을 덧붙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스물넷 12월에 시인이 되었고 서른여덟 12월에 첫 산문집을 냈다.’(4쪽) 시인은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첫 산문집 표제 『각설하고,』는 시인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었다. ‘근 14년 동안 100여 편의 시를 썼고 이를 두 권의 시집으로 묶었으며, 근 14년 동안 2천 매 남짓의 산문을 썼고 이를 반타작 내어 이 한 권의 산문집으로 엮는다.’(5쪽) 그렇다면 아직 한 권 분량의 산문이 남아있다. 두 번째 산문집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었다. 산문집의 초판은 2013년에 나왔다. 두 권의 시집은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열림원,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책이름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지은이 : 김민정 펴낸곳 : 문학동네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열림원, 2005)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 2009)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 2016)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은 부 구분 없이 33편이 실렸다. 거침없고 도발적인 언어로 건강한 에로티시즘을 표출하는 시집은 표지가 핑크색이었다. 어떤 독자들은 시가 야하다고 평가할지 모르겠다. 6연으로 쓰인 「시인의 말」의 5·6연이다. 세 번째이고 / 서른 세편의 시. 삼은 삼삼하니까. ‘2000년대 중반을 지나고 있다. 김민정, 김언, 김행숙, 황병승 등 몇몇 젊은 시인들의 시가 너무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난해하다고 비판받고 있다.’(함기석의 시산문집 『고독한 대화』, 138쪽에서) 나는 책..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책이름 :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지은이 : 김민정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 마시는 남자의 목에 걸린 금줄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불광동 개고기집, 입대 전날 아빠의 동정이 묻힌 학익동 옐로우하우스, 초미니스커트를 입었지만 허벅지에 신신파스를 붙인 소녀, 이웃 아낙네와 수다를 떨다 순간 터져 버린 엄마의 멘스, 오줌을 누고 밑을 딱은 휴지에 묻은 빨간 고춧가루 한 점, 여선생한테 섹스가 좆나 하고 싶어서 결혼하느냐고 묻는 초등6년 남자 어린이들, 스페인 여행 중 오줌이 흘러넘치는 열차바닥에 앉아 어깨동무를 풀지 않는 흑인 남자와 백인 소녀 커플, ‘나는 네미 씹할 왕자지’라는 코팅된 문구를 룸미러에 달고 다니며 승객에게 보여주는 바람나 도망 간 파마머리 아내에 이를 가는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