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시인 7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책이름 :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지은이 : 백무산펴낸곳 : 창비 ‘열번째 시집이다. 여전히 나는 첫 시집을 내던 그곳과 다름없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시인의 말∣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나의 시인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은 보상받을지도 모르겠다. 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1988),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1990), 『인간의 시간』(1996). 내가 잡은 시인의 책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의 세권의 시집이었다. 시인은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등단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한 노동자 시인이었다. 그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주도한 울산 대공장의 노동자였다. 그 시절 안산공단의 공장노동자였던 나는, 그의 시집을 잡으며 노동해방을 꿈꾸었다. 이후 그의 詩는 자본주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책이름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지은이 : 박노해 펴낸곳 : 느린걸음 고모님이 돌아가셨다 전쟁의 레바논에서 임종도 전해 듣지 못하고 나는 뒤늦게 전라선 열차를 타고 다시 순천에서 동강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붉은 황토 길을 걸어 고모님을 찾아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공장으로 떠난 뒤 너무 힘들고 외로운 날이면 타박타박 삼십 리 길을 걸어 찾아가던 고모 집 밭일을 마친 고모님은 어린 나를 와락 끌어안고 눈물바람으로 밥을 짓고 물을 데워 몸을 씻기고 재봉틀을 돌려 새 옷을 지어 입히고 이른 아침 학교 가는 나를 따라나와 까만 점이 될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셨지 경주 교도소 접견창구에서 20년 만에 재회한 나를 투명창 너머에서 쓸어 만지며 수배 길에 행여나 찾아들까 싶어서 밤마다 대문을 열어놓고..

그네

책이름 : 그네지은이 : 문동만펴낸곳 : 창비 넓다란 서재에서, / 또는 조용한 산사에서 / 파이프 물고 펜대 굴리는 당신들이 / 억지로 억지로 쓴 시 / 바로 그 글이 / 노동자를, 농민을 펜촉으로 / 수도 없이 / 찔러 왔음을 안 것은 / 40도가 넘는 모진 열기가 / 짠밥으로 꼬여진 / 내 창자를 익힐 때였다. 나의 책장에서 오래 묵은 책 가운데 공장노동자 시절부터 손 가까이 두었던 책이 몇 권 있다.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1990년도 초판을 찍어 낸 『노동자문예운동』도 그중 한 권이다. 뒤 페이지에 ‘6개 지역 노동자문학회 시모음집’인 『작업화 굵은 자국을 찍으며』 광고가 실렸다. 부천노동자문학회 문동만의 시 「당신들은」의 전문이다. 내가 오래전에 접한 노동자 시인의 첫 시였다. 1996년 첫 시..

고양이의 마술

책이름 : 고양이의 마술지은이 : 최종천펴낸곳 : 실천문학사 공장장만 빼고는 일하는 사람 모두 장가를 못 간 / 노총각들이어서 그런지 고양이 사랑이 엄청 크다. / 자본주의가 결혼하라고 할 때까지 / 부지런히 돈을 모으는 상중이가 당번이다. / 밥을 주면 수컷이 양보한다. / 공장장은 한때 사업을 하다 안되어 /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 내가 보기엔 자본주의가 헤어지라고 하여 / 헤어진 것이 틀림없다. 표제작 ‘고양이의 마술’(14 ~ 15쪽)의 부분이다. 시인 최종천은 ‘진짜 노동자’다. 1954년생인 시인은 중학을 마치고 상경하여 밑바닥 룸펜 노동자로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스무살 무렵 시작한 용접공을 30년째 지금껏 일하고 있다. 1986년 ‘세계의 문학’, 1988년 ‘현대시학’으로 문..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

책이름 :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 지은이 : 박영근 펴낸곳 : 실천문학사 백석 - 南新義州 柳洞 朴氏逢方 / 김현승 - 무등茶 / 이용악 - 그리움 / 서정주 - 禪雲寺 洞口 / 김수영 - 이 한국문학사 / 신경림 - 묵뫼 / 고은 - 최근의 고백 / 황동규 - 김수영 무덤 / 정현종 - 말의 형량 / 신대철 - 실미도 /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 김지하 - 해창에서 / 이시영 - 마음의 고향·6 / 최민 - 첫 수업 / 정희성 - 소나기 / 문익환 - 잠꼬대 아닌 잠꼬대 / 김명인 - 東豆川 1 / 장영수 - 東海 1 / 송기원 - 살붙이 / 이영진 - 봄밤에 비는 내리고 / 이성복 - 세월에 대하여 / 고형렬 - 사진리 大雪 / 황지우 - 뼈아픈 후회 / 김정환 - 한강(하나) / 김..

꿀잠

책이름 : 꿀잠지은이 : 송경동펴낸곳 : 삶이 보이는 창 ‘거리의 시인, 노동자 시인, 박노해와 백무산을 잇는 시인’이라 불리는 송경동 시인의 첫 시집이다. 나는 시인의 시집을 역순으로 잡았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을 먼저 잡고, 첫 시집을 이제야 잡았다. 그것도 시집이 개정판을 펴내면서 겉표지가 바뀐 것을 보고, 서둘러 책장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출판사가 ‘삶이 보이는 창’이다. 나의 요즘 책읽기는 ‘적·녹 연대(?)’의 길을 가고 있다. 얼치기 생태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녹색평론사가 펴낸 책과 근래 들어 부쩍 ‘삶창’의 책을 즐겨 손에 잡고 있다. 시인이 기획한 용산참사를 다룬 ‘여기 사람이 있다’를 필두로 이시백과 최용탁의 소설 그리고 오도엽의 ‘밥과 장미’까지. ‘삶창’은 1998년 구로지역에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책이름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지은이 : 송경동펴낸곳 : 창비 어느날/한 자칭 맑스주의자가/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허둥대며 그가 말했다/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표제시인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1연이다. 이 시집은 문단에서 현장, 거리의 시인으로 불리우는 저자의 두번 째 시집으로 2010년 제12회 '천상병 시상' 수상작이다. 시집에는 모두 4부에 나누어져 56편의 시가 실려있다. 그중 나의 눈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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