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 11

뒷집 새끼 고양이 - 44

위 이미지는 2024. 4. 7.(日) 아침 7시경, 구덩이에 들어간 고양이들의 주검이다. 눈물 많은 어머니의 목소리에 물기가 차올랐다. “고양이들이 쥐를 잡는데 어쩌자고 약을 놔서” 어둠이 가시지 않은 5시에 눈이 떠졌다. 밥솥에 밥을 앉히고, 독서대 위에 읽던 책을 펼쳤다. 바다를 향햔 창문이 점차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을 혼자 먹고 산책에 나섰다. 차 밑에 노랑이가 길게 누워있다.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보일러실 앞 땅바닥에 얻어먹는 길고양이가 모로 누웠다. 밤에 약을 탄 음식물을 먹고, 목이 타서 뒤울안 수돗가로 가다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어머니를 불렀다. 흰순이가 보이지 않았고 희망이 피어올랐다. 가장 정이 많이 간 녀석이었다. 그래 흰순이는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 뒷집형수께 전화를 넣..

뒷집 새끼 고양이 - 42

지난 해 연말 뒷집 형수는 남편 병수발로 열흘간 집을 비웠습니다. 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겼습니다. 대빈창 바위벼랑을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산책은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날이 궂지 않으면 밥을 먹고 하루 세 번 빼놓지 않고 등산화를 발에 꿰었습니다. 고양이들의 식사는 아침, 저녁 하루 두 번입니다. 산책을 나가면서 딸기포장용 플라스틱 그릇에 사료를 부어 주었습니다. 노순이, 노랑이, 흰순이는 저온저장고 입구 허드레 창고에, 재순이는 바깥 바닥이 식사 장소입니다. 별명이 미련한 놈인 재순이의 식탐을 피하기 위한 상차림이었습니다. 분홍빛이 섞인 도둑고양이 새끼가 언젠가부터 빌붙어 살았습니다.생명달린 짐승에게 모질 수 없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한쪽 눈이 애꾸에 가까웠던 녀석이 살이 포동포동 올랐..

뒷집 새끼 고양이 - 40

어미 노순이의 뒤를 새끼 흰순이가 뒤따르고 있다. 흰순이가 세상 빛을 본지 넉 달이 지났다. 이제 녀석은 어엿하게 자라 혼자 개구리 사냥에 힘을 쏟았다. 열배 째 새끼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흰순이에 대한 노순이의 모성애는 유별났다. 나오지도 않는 젓을 물리면서까지 품에 껴안고 지냈다. 노순이는 중성화수술을 받아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다. 열 살의 나이에 열 배를 낳은 노순이의 노화는 애처로울 정도였다. 이빨이 듬성듬성 빠져 고양이 사료를 제대로 씹지도 못했다. 뒷집 형이 쓰러져 대도시 대학병원에 입원한 지 석 달이 다 되었다. 뒷집 형수는 말그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형수는 그 넓은 고추밭에서 살다시피했다. 혼자 고추를 수확해 집으로 끌어들여 세척했다. 어머니와 아랫집 할머니가 고추꼭지를 따고 반..

뒷집 새끼 고양이 - 37

위 이미지는 노랑이가 뒷집 광문 앞 플라스틱의자 밑에 들어가 사료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녀석은 저녁 산책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랬습니다. 지난 겨울 뒷집 형네 부부가 두어 번 열흘 이상 집을 비웠습니다. 나는 기력이 떨어지신 어머니의 빙판으로 변한 바깥출입을 말렸습니다. 뒷집 짐승들의 먹이를 챙깁니다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텃밭가 닭장 50여 마리 닭의 하루치 물과 모이를 듬뿍 먹이통에 쏟아 부었습니다. 고양이 재순이(미련한 놈), 노순이(영리한 놈), 노랑이(개구쟁이)의 끼니를, 아침과 저녁으로 사료를 밥그릇에 챙겼습니다. 노순이는 나이가 들어 이빨이 시원치 않습니다. 사료 몇 알을 우물거리다 이내 뒤로 물러납니다. 재순이의 식탐은 날이 갈수록 사나워졌습니다. 노순이와 노랑이의 식사는 광안에서, ..

뒷집 새끼 고양이 - 34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분양된 지 열흘이 지났다. 노순이는 여덟 배 째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다. 젓을 떼기 전에 한 마리가 죽었다. 암놈 한 마리는 느리 선창 민박집에서 먼저 데려갔다. 태어난 지 두 달 째 되는 날 수놈 세 마리가 모두 주인을 만났다. 한 마리는 봉구산너머 진말 농협 앞집으로, 두 마리는 서울로 먼 길을 떠났다. 뒷집 형이 봉고 트럭으로 세 마리를 진말로 데려다 주었다. 두 마리는 도시 고양이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만난 새 주인이 반려묘를 진정으로 아끼는 인정많은 분들이면 좋겠다. 이미지는 혼자가 된 노순이가 다음날 아침 참새를 입에 물고 일곱 배 째 혼자 태어난 노랑이를 비껴 지나갔다. 노순이는 새 사냥의 명수였다. 참새, 박새, 콩새 심지어 덩치 큰 직박구리와 멧비둘..

뒷집 새끼 고양이 - 31

위 이미지는 노랑이가 뒷집 마늘밭 고랑에 앉아 숨을 골랐다. 노순이 모녀는 요즘 그들만의 아지트였던 광에서 밖으로 쫓겨났다. 그동안 날이 추워 방에 들였던 병아리들을 광에 설치한 유아원(?)으로 옮겼다. 길이가 2m, 폭은 1m, 높이가 1m 크기였다. 아직 새벽 기온은 낮았다. 투명비닐을 덮었고, 백열등을 켜 놓았다. 50여 마리의 병아리들은 인기척이 나면 옹송그리며 서로 몸을 부볐다. 고양이 모녀는 마당 모서리 텃밭의 경사면에 이어붙인 농기계창고에서 지냈다. 노순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집에 발걸음을 했다. 노랑이는 무엇을 하는 지 통 볼 수가 없었다. 날이 많이 풀려 한데서 자도 녀석들은 별 탈 없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뒷집 형네 부부가 집으로 들어서는 언덕 길가에서 일을 하고 ..

뒷집 새끼 고양이 - 30

모녀가 우리집에 동행했다. 노순이는 새끼 노랑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녀석은 어머니가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던져주자, 끈질기게 나타나 아양을 떨었다. 어머니가 보행보조기를 끌고 언덕 위 장대한 소나무에 다다르면 노순이는 어느새 쫒아와 땅바닥을 뒹굴었다. 흙투성이 몸을 어머니 발잔등에 비벼댔다. 끈질긴 녀석의 아양에 어머니가 두 손 들었다. 김치찌개에 숨은 돼지고기 한 점을 던져주었다.들어오지마! 큰소리치면 노순이는 현관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었다. 이제 녀석은 막무가내로 현관에 들어와 마루문 앞 댓돌에 깔아놓은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다. 새끼 노랑이는 부엌 쪽문 앞에서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앙알거렸다. 뒷집 모녀 고양이가 식탐에 걸걸 대었다. 어머니가 만두 속을 발라내어 던져 주었다. 위 이미지는 먹을거리..

뒷집 새끼 고양이 - 29

노랑이가 내 방 책장 앞에서 뒹굴뒹굴 혼자 놀고 있다. 녀석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났다. 노랑이는 어미 노순이를 빼닮았다. 노순이를 이뻐하는 뒷집 형수가 그래서 노랑이를 더 챙기는지 모르겠다. 노랑이를 꽃동네에 분양하지 않고 뒷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내가 짓고 혼자서 불렀던 이름을 녀석에게 붙였다. 나는 노랑이를 보러 하루 두세 번 발걸음을 했다. 녀석은 하는 짓이 순해 정이 갔다. 노랑이가 보이지 않아 서운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디선가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현관 로비에서 노랑이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구라탕에 굴을 쪼러 나가는 형수를 데려다주고 온 뒷집 형이 노랑이를 우리집에 데려다놓았다. 새끼 고양이와 반시간을 놀았다. 앙칼진 얼룩이는 강화도의 미꾸지고개 방앗간에 분양되었다. 정미소는..

뒷집 새끼 고양이 - 28

“옛날 할머니들이, 고양이는 열흘이 지나야 눈도 뜨고 배도 뜬다고 했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열흘 전에 잡았습니다. 스마트폰의 초점을 맞추는 나를 새끼가 올려다 보았습니다. 노순이가 일곱 배 째 새끼를 해산한 지 이십일이 지났습니다. 여섯 배 째 얼룩이와 같이 달랑 한 마리입니다. 아직 새끼의 이름을 짓지 않았습니다. 작명은 새 주인의 몫이 되겠지요. 마음속으로 나는 어미를 빼닮은 새끼를 노랑이라고 불렀습니다. 노랑이는 주문도저수지 아랫마을 꽃동네로 분양될 예정입니다. 여섯 배 째 새끼 얼룩이를 낳은 지 넉 달 만에 노순이는 일곱 배 째 새끼를 순산했습니다. 벼베기하랴, 김장채소 다듬으랴, 끝물고추 수확하랴 정신없는 뒷집 형수는 노순이가 새끼를 농기계창고에 낳은 것을 알면서도 어미와 새끼를..

남도(南道), 1996년 여름 - 8

세월이 흐르면서 유선여관에도 변화가 있었다. 집의 구조와 방문 위 처마밑 작은 나무판자에 각각의 방이름을 매단 운치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한옥의 온돌방에 전기판넬을 깔고 모노륨을 덮었다. 필요 없어진 아궁이가 멍하니 입을 벌려 애처로웠으나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옛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나는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를 열어 놓은채 장판에 배를 깔고 메모노트를 긁적였다. 피워놓은 전자모기향의 향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안뜰에는 정원수가 몇 그루 심겨졌다. 하지만 □ 집구조의 우리 선조들은 애써 피한 조경이다. 그것은 困의 형상이 되기 때문이다. 큼직막한 나무대문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 누렁이의 집 - 방앞 튓마루에 앉아 저녁으로 백반 밥상을 받는데 노랑이가 산에서 내려왔다. 나는 반가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