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2024. 4. 7.(日) 아침 7시경, 구덩이에 들어간 고양이들의 주검이다. 눈물 많은 어머니의 목소리에 물기가 차올랐다.
“고양이들이 쥐를 잡는데 어쩌자고 약을 놔서”
어둠이 가시지 않은 5시에 눈이 떠졌다. 밥솥에 밥을 앉히고, 독서대 위에 읽던 책을 펼쳤다. 바다를 향햔 창문이 점차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을 혼자 먹고 산책에 나섰다. 차 밑에 노랑이가 길게 누워있다.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보일러실 앞 땅바닥에 얻어먹는 길고양이가 모로 누웠다. 밤에 약을 탄 음식물을 먹고, 목이 타서 뒤울안 수돗가로 가다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어머니를 불렀다.
흰순이가 보이지 않았고 희망이 피어올랐다. 가장 정이 많이 간 녀석이었다. 그래 흰순이는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 뒷집형수께 전화를 넣었다. 고양이들이 죽었다고. 노순이는 다행스럽게 집안에 갇혀 목숨을 구했다. 녀석은 형수가 병원을 다니느라 집을 자주 비우자 떨어지기 싫어, 집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했다. 형수가 흰순이의 주검을 찾았다. 건조장을 돌아 텃밭 가는 길에 녀석은 모로 누워있었다.
흰순이는 타는 갈증을 참으며 자기집 수돗가로 힘든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도대체 밤중에 녀석들은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은 것일까. 한달열흘 전에 재순이가 죽었다. 뒷집 고양이는 노순이만 혼자 남게 되었다. 어머니는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흰순이는 현관문 문턱에 앉아 하루종일 우리 식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창고 느리에게 개밥을 주러 계단을 내려서면 흰순이는 나를 쫓아 텃밭까지 내려왔다. ‘얻어먹는 괭이’ 분홍 길고양이 새끼는 이제 안심이 되는지 나를 보면 길바닥에 누워 데굴데굴 굴렀다.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들인 은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짓이었다.
무지와 맹목에 휩싸인 섬 주민 이웃간의 갈등이 녀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아랫집 할머니 말에 의하면 마당으로 고양이가 하나가득한 집이 있다. 고양이를 아낄 줄만 알았지 돈들여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고양이 똥은 독했다. 녀석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뒤를 본 텃밭은 작물을 키울 수가 없었다.
노랑이가 누웠던 자리에 침이 흥건했다. 녀석은 타는 갈증으로 서서히 죽어갔을 것이다. 이제 누가 있어 나의 산책에 동반자가 되어줄까. 아침저녁으로 사료그릇을 들고 나가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를 따르던 녀석들을 이제 볼 수 없다. 우리 모자母子는 식탁에 앉으면 고양이들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애석하구나. 녀석들을 봉구산 등산로 옆 밤나무 둥치에 묻었다.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 없어 몇 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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