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뒤울안 화계花階에 복수초가 피어났습니다. 재작년 늦봄에 여섯 포기를 이식했습니다. 작년에는 뿌리를 내리느라 기력을 소모했는지 다섯 포기가 줄기만 올렸습니다. 주문도에 삶터를 꾸린지 16년만의 경사입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복수초가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샛노란 꽃잎을 활짝 펼쳤습니다. 밑부분에 줄기집모양의 비늘잎이 몇 개 붙어있습니다. 복수초福壽草는 생명력이 강인하여 오랫동안 사는 풀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 땅속뿌리줄기는 짧고 수염뿌리가 많았습니다. 개화는 2-4월로 꽃이 피고 나서 줄기는 더 크게 자라고 가지를 뻗친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양치식물의 줄기와 잎을 닮았습니다.
꽃의 지름은 3-4센티미터 정도로 원줄기 위에 한 개 씩 달리며 가지가 갈라져서 두세 개씩 피기도 합니다. 관상용․약용으로 화단에 심습니다. 민간에서는 진통․강심․이뇨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한다고 합니다. 복수초는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입니다. 복수초의 속명屬名은 Adonis로 그리스신화의 미소년으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입니다. 복수초가 꽃잎을 열기를 며칠 동안 애를 태웠습니다. 7일 만에 오후 햇살아래 꽃잎을 활짝 벌렸습니다. 복수초는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해지면 꽃잎을 도로 오므렸습니다. 이른 아침 살얼음이 내리는 찬 날씨에 꽃을 피우려고, 풀은 얼마나 생체에너지를 소모했을까요. 안쓰러웠습니다. 여리디여린 꽃은 생명력이 강했습니다. 기특하고 대견했습니다. 화계花階의 복수초는 아침저녁으로 오므리고 한낮에 노란 꽃잎을 활짝 벌렸습니다.
작년 봄에 다섯 포기가 줄기를 올렸는데, 현재 세 포기가 꽃을 피웠습니다. 수선화 무리 앞 두포기와 조팝나무 밑둥치의 한 포기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올리는 복수초가 기대를 갖게 만듭니다. 우리집은 북향이라 야생초가 화계에 자리 잡기를 꺼려했습니다. 힘들게 얻은 천남성과 금강초롱이 시나브로 사라졌습니다. 영산홍은 심은 그대로 가지를 뻗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화계에 복수초를 포기 나누어 심으신 어머니가 몸 가누기도 힘들어하십니다. 오래 사는 생명력강한 복수초처럼 어머니가 기운을 차리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창하고 따듯한 한낮이 며칠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집 봄의 전령이었던 수선화가 촉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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