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넘어선 나의 독서여정은 도서관과 거리가 멀었다. 자칭 활자중독자로 군립도서관을 찾게 된 계기는 내 방 책장에 더 이상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부족해서였다. 그 후 나는 부피가 얇은 시집을 온라인 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고, 그 외 책들은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강화군립도서관》에서 발행한 〈책이음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증〉을 꺼내들었다. 발행일자는 없고 회원번호만 적혀있다. 첫 대출일자가 2019년 6월 13일이었다. 이날 회원증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뒤 나는 3주 간격으로 읍내에 발걸음을 했다. 도서 대출기간은 2주였고, 홈페이지에서 1주 반납연기를 신청할 수 있었다. 도서관 한 곳에서 다섯 권을 대여할 수 있다. 강화군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가면에 《내가도서관》, 《작은도서관》이 길상, 교동, 하점, 화도 네 군데나 있었다. 13개 읍면에서 7군데의 도서관은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동안 나는 강화, 선원, 내가, 길상 네 군데의 도서관을 들렀다. 자발적 백수가 되고부터 도서관을 중심으로 일상을 꾸려나갔다. 3년 동안 원없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내가도서관》과 《길상작은도서관》은 몇 달만의 발걸음이 고작이었다. 3주마다 강화도에 발걸음을 할 때마다 읍내 강화도서관과 강화 세광 엔리치빌 2차아파트를 내려다보는 언덕배기 《지혜의숲》의 문을 밀쳤다. 《강화도서관》은 역사․시사․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도서를, 《지혜의숲》은 문학 도서를 주로 대여했다.
그동안 나는 《지혜의숲》 에서 2022년 4월 21일 철학자 강신주의 『구경꾼VS주체: 1960년대 학생운동과 기 드보르의 테제』, 시인 최승호의 산문집 『눈사람 자살 사건』 두 권을 빌린 이래, 2024년 2월 20일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시인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 레이먼드 카버 시집 『우리 모두』,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권까지 95권을 대여했다.
군립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이 공휴일과, 《강화도서관》은 월요일, 《지혜의숲》․《내가도서관》은 금요일이 휴관일이었다. 지혜의 숲은 나에게 구원투수였다. 한 도서관마다 대출 권수는 5권으로 제한되었다. 마지막 수요일 문화데이는 10권을 빌릴 수 있으나 나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황해의 작은 외딴섬에 사는, 나의 강화도행은 3주 간격이었다. 21일동안 다섯 권은 부족했다. 신생 도서관 《지혜의숲》의 개장은 나의 독서여정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었다. 《강화도서관》 가는 길에 《지혜의숲》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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