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대빈창해변 전망대

대빈창 2024. 3. 4. 07:00

 

서도면西島面은 서쪽에 있는 섬이란 뜻으로, 강화군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면이다. 면소재지 주문도는 면적 4.6㎢, 해안선 길이 12.6㎞이다. 서도의 유인도 4개 섬에서 크기는 볼음도, 주문도, 말도, 아차도 순서였다. 주문도는 봉구산(해발 147m) 남쪽에 취락이 집중 분포되었다. 진말부락이다. 부락앞 들녘은 살꾸지로 이어지는 간석지였다. 인구수는 150세대에 350여명이지만 주소를 섬에 옮겨놓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섬 이름은 조선후기 명장 임경업(선조27-인조24년) 장군이 명나라에 원병수신사로 떠나면서 항해가 순조롭지 않은 사정을 인조에게 문서로 올리면서 비롯되었다. 아뢸奏를 써서 주문도奏文島였으나 세월이 흐르고 주문도注文島가 되었다. 강화도와 서도를 오가는 카페리호의 안내 방송에 주문도는 서도중앙교회의 한옥교회와 대빈창 해변이 소개되었다.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4호로 지정된 〈진촌교회鎭村敎會〉는 1923년에 지었다. 교회역사가 100년이 되었다.

대빈창待濱倉은 중국과 교역할 때 서해의 기항지가 있었던 곳이다. 첨사진 무관 만호결을 두었다고 한다. 송․명나라 사신이 기착하였던 곳으로, 지금은 자연발생적으로 백사장이 1㎞ 정도 형성되었다. 이미지에서 제방이 좌우로 각 500m씩 뻗어나갔다. 제방 안쪽의 해송 숲이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을 막아주어 오토캠핑장으로 이름이 났다. 대빈창 해변의 성수기는 7월 말 부터 8월 중순까지로 주문도를 찾는 피서객이 몰려들었다.

가난했던 시절, 한 뼘의 농경지라도 넓히려는 욕심에서 쌓은 제방시설이 이제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했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처럼 사구가 형성되었을 지형이,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 자갈이 드러났다. ‘일몰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해가 질 즈음 사진을 찍는이들이 곧잘 눈에 뜨였다. 백사장을 거니는 낭만보다 인생샷을 찍으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인천시의 2024년 어촌신활력 증진사업 대상에 주문도항이 선정되었다. 섬 여기저기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다. 대빈창해변 전망대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전망대는 3층으로 이루어졌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서 전망대를 왼쪽은 계단, 오른쪽은 경사로로 올랐다. 2층은 지붕을 씌운 그네의자 2개와 나무벤치 6개가 좌우에 각각 자리 잡았다. 3층은 해변 비치의자 썬베드 3개가 놓였다.

전망대가 허술해보였다. 내가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에 터를 잡고 직방으로 마주한 태풍은 네 번이었다. 2000년 쁘라삐룬, 2010년 곤파스, 2012년 볼라벤, 2019년 링링이었다. 위 태풍들은 가을 태풍으로 서해안을 곧장 타고 올라와 수도권 아니면 북한으로 빠져나갔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낳은 태풍의 이상 경로였다. 어느 해 나는 새벽산책에서 사리와 태풍이 만나면서 빚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제방 옹벽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방부목과 나사 못으로 보기좋게 모양을 낸 전망대는 종이장처럼 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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