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노랑이가 뒷집 광문 앞 플라스틱의자 밑에 들어가 사료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녀석은 저녁 산책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랬습니다. 지난 겨울 뒷집 형네 부부가 두어 번 열흘 이상 집을 비웠습니다. 나는 기력이 떨어지신 어머니의 빙판으로 변한 바깥출입을 말렸습니다. 뒷집 짐승들의 먹이를 챙깁니다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텃밭가 닭장 50여 마리 닭의 하루치 물과 모이를 듬뿍 먹이통에 쏟아 부었습니다. 고양이 재순이(미련한 놈), 노순이(영리한 놈), 노랑이(개구쟁이)의 끼니를, 아침과 저녁으로 사료를 밥그릇에 챙겼습니다.
노순이는 나이가 들어 이빨이 시원치 않습니다. 사료 몇 알을 우물거리다 이내 뒤로 물러납니다. 재순이의 식탐은 날이 갈수록 사나워졌습니다. 노순이와 노랑이의 식사는 광안에서, 재순이는 바깥 땅바닥에 사료를 한 움큼 놓습니다. 재순이는 눈 깜짝 사이에 먹어치우고 더 달라고 땡깡을 놓기 일쑤입니다. 나는 녀석들이 사료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대빈창해변 바위벼랑으로 향하는 산책에 나섰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와 광문을 열어주면 노순이는 잽싸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노랑이입니다. 녀석은 바깥출입에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안으려는 눈치를 채고 가마솥아래 아궁이로 몸을 숨깁니다. 어미 노순이가 가르쳐준대로 녀석은 뒤를 아궁이 속 잿더미에 봅니다. 보름 만에 섬에 돌아온 뒷집 형은 냄새를 환기시키려고 광문을 열흘간 열어 놓았습니다. 노랑이가 세상의 빛을 본지 일년오개월이 되었습니다. 녀석은 어릴 적 내 방에 놀러와 책장 한구석에 대소변을 보았습니다. 내가 버릇을 잘못 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랑이는 뒷울안에서 내가 저녁산책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광문 앞으로 쪼르르 달려옵니다. 녀석은 머리가 나쁜지 자기집 식구가 돌아왔는데도 저녁 먹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나는 노랑이와 많은 정이 들었습니다. 녀석을 번쩍 들어 공중에 올리면 한동안 가만있다가 가냘프게 옹알거립니다. 노랑이는 덩치가 컸지만 하는 짓은 아직 수줍음 타는 아이였습니다. 내려달라고 이힝~~ 이힝~~ 아이처럼 옹알거리면서 몸을 좌우로 흔듭니다. 나는 녀석이 무거워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의자 밑에서 몸을 비비 꼬며 눈썹이 치켜 올라가도록 머리를 의자에 비벼댑니다. 노랑아! 하고 부르면 녀석은 아이처럼 냐 ~ 옹 ~ 입만 벙긋거립니다. 내가 다가가면 노랑이는 아이가 사탕을 달라는 듯 이힝~~ 이힝~~ 졸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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