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바야흐로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을 지나,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을 향했습니다. 두꺼운 겨울옷을 걸치고 아침산책에 나섰습니다. 어젯밤에 난데없이 한파寒波주의보가 떨어졌습니다. 발령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 이하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때, 전날에 비해 10℃ 이상 떨어진 기온이 3℃ 이하면서 평년보다 3℃ 낮을 때, 저온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 피해가 예상될 때. 어제 한파는 두 번째에 해당됩니다.,
낮 기온이 15℃ 이상 올라, 몸을 움직이면 때 이른 더위를 느낄 만큼 따뜻한 날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어제 새벽기온이 영하 2℃까지 떨어졌습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추위에 화들짝 놀라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올 마지막 추위로 꽃샘추위였습니다. 시간은 아침 8시 20분경입니다. 반환점 바위벼랑에 다다르자 이제 아침 해가 봉구산을 넘어오고 있었습니다. 어제 일출 시간은 6시 50분입니다. 물때는 13물로 만조가 가까운 시간입니다. 해안가 작은 여가 바닷물에 거의 잠겨 들었습니다.
산책 코스는 대빈창 해변 캠핑장 솔숲에서 꺾어들어 바위벼랑으로 향하는 제방을 탑니다. 백사장을 핥는 물결을 바라보며 걷다,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너설 해변에 이르자 살얼음이 눈에 뜨였습니다. 수평선의 무인도 분지도가 햇살에 환하게 빛났습니다. 바위벼랑 앞 해안가에 아직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이었습니다. 바닷물을 엷게 덮은 살얼음이 해변에 이르는 물결을 따라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마지막은 서해의 섬과 바다를 한국시의 영토로 편입시켰다고 평가받는 이세기 시인의 첫 시집 『먹염바다』(실천문학사, 2005)의 「소야도 첫눈」(98-99쪽)의 전문입니다. 시인의 고향은 덕적군도의 문갑도입니다.
소야도 선착장 낡은 함석집 한 채 / 바다오리 떼 살얼음 바다에 / 물질을 하는데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이윽고 밤 되어 눈이 내리고 / 바닷가에 눈이 내리고 / 쪽마루 방자문 위에 걸린 가족사진에도 / 눈이 내리는데
갯 떠난 자식 생각하는가
갯바람에 얼굴 긁힌 노부부 / 밤 깊어가는데 / 굴봉 쪼는 소리
밤바다에 성근 눈발이 내리고 / 굴봉 쪼는 소리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 밤바다에 눈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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