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넘어선 나의 독서 이력은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산화되기 이전 대출카드라 불렀던 북카드(book card) 시절 리포트 참고도서를 구하려 강화도서관을 두서너 번 찾은 것이 고작이었다. 그 시절 군립도서관은 한옥교회 성공회聖公會 강화성당 뒤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었다. 자칭 활자중독자인 내가 군립도서관을 찾게 된 것은 내 방에 더 이상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부족해서였다. 이후 나는 부피가 얇은 시집을 온라인 서적을 통해 구매했고, 나머지 책들은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새삼 《강화군립도서관》에서 발행한 〈책이음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증〉을 들여다보니 발행일자는 없고 회원번호만 적혀있다. 첫 대출일자가 2019년 6월 13일이었다. 이날 회원증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뒤 나는 3주 간격으로 읍내에 발걸음을 했다. 도서 대출기간은 2주였고, 홈페이지에서 1주 반납연기를 신청할 수 있었다. 도서관 한 곳에서 다섯 권을 대여할 수 있다. 강화군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가면에 《내가도서관》, 《작은도서관》이 길상, 교동, 하점, 화도 네 군데나 있었다. 13개 읍면에서 7군데의 도서관은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동안 나는 강화, 선원, 내가, 길상 네 군데의 도서관을 들렀다. 작은 외딴섬에 사는 나로서는 도서관을 이웃한 사람들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책을 대여하기 위해 나는 하루를 온전히 썼다. 물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읍내행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침 배를 타고나가 은행, 마트, 병원, 약국, 꼬끼오, 미용실을. 자발적 실업자가 되고부터 도서관을 중심으로 일상을 꾸려나갔다.
그동안 나는 2019년 6월 19일 《강화도서관》에서 이기호의 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2』 두 권을 빌린 이래, 2023년 1월 12일 《지혜의숲》에서 빌린 유희경 시집 『오늘 아침 단어』, 이기호의 짧은 소설 『눈감지 마라』, 남극 탐사의 위대한 실패 『인듀어런스』 세 권까지 정확히 300권을 대여했다.
군립도서관 서비스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상호대차’와 ‘희망도서’였다. ‘상호대차’는 타 도서관의 책을 강화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상호대차한 책은 오후에 손에 넣을 수 있어, 배 시간에 쫓기는 나로서는 그림의 떡이지만 빌린 책을 휴관일에 반납할 경우 다른 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휴관일은 모든 도서관이 휴일이고, 《강화도서관》은 월요일, 《지혜의숲》․《내가도서관》은 금요일이 휴일이었다. ‘희망도서’는 한 달에 세 권을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2019년 4월 23일 박상영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시작으로, 2023년 1월 1일 『시사IN』 장일호 기자의 산문집 『슬픔의 방문』까지 139권을 신청했다.
이제 나는 도서관의 분야별 책의 위치를 대략 어림짐작할 수 있다. 읍내에 나갈 때마다 새 책을 만난다는 설렘이 들뜨게 만들었다. 나는 중장년이 된 사람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는 것을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월동안 몸에 밴 아비투스(Habitus, 습속)가 책 한 권으로 씻겨 질수 있다고 여기는가. 지금 나의 모습은 10년 동안 내가 만난 사람과 읽은 책들의 총결산인 것이다. 나는 읍내에 출타할 때마다 여덟 권의 책을 안고 섬에 돌아온다. 처음에는 책바구니를 들고 들어서는 나를 도서관 직원들은 어색해했다. 이제 그들은 따뜻한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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