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보름 전 저녁산책에서 만난 고라니이다. 곧게 뻗은 대빈창 해변 제방에 들어서 반환점 바위벼랑을 향해 걸었다. 고라니 한 마리가 나를 등진 채 제방과 산사면 사이 공터의 풀을 뜯으며 천천히 앞서 걸었다. 다행스럽게 귀가 어두운 녀석인지 눈치 채지 못했다. 바위벼랑 전망대를 오르는 나무계단이 보였다. 앞이 막히고, 그때서야 고라니는 뒤를 돌아보았다. 서향을 바라보는 해변의 일몰 한 시간 전 햇살은 강렬했다.녀석은 눈이 부신 지 잠깐 멈칫했다. 『고라니는 쓸개가 없다』 다섯 번째 이미지를 얻었다. 고라니는 예의 날렵한 뜀박질로 아까시 숲으로 사라졌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마다 고라니 천국이다. 섬 농부들은 작물의 어린 순을 탐하는 녀석들로 인해 골머리를 썩였다. 고라니들은 언제부터 섬에 자리를 잡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