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 5

뒷집 새끼 고양이 - 22

녀석들이 우리 집으로 이주한 지 보름이 되었다. 봉구산 능선아래 묵정밭의 잡풀이 키를 늘였다. 아침해가 막 봉구산을 넘어섰다. 두 마리는 감나무 줄기를 기어오르고, 두 마리는 밑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새끼 고양이들이 세상 빛을 본지 70여일이 지났다. 노순이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는 식사를 할 때면 어김없이 부엌 샛문에 진을 쳤다. 노순이가 가냘프게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다. 김치냉장고의 마른 망둥어 두 마리를 꺼내 던져주었다. 노순이가 단단한 마른 망둥어를 잘근잘근 씹어 새끼 앞에 놓았다. 두 마리는 망둥어에 매달렸고, 두 마리는 형제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미가 느긋하게 자리를 지켰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었다. 새끼들은 낮 시간 대부분을 잠으로 소일했다. 자정이었다. 노순이의 날..

뒷집 새끼 고양이 - 21

닷새 전 노순이가 새끼를 이끌고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새끼를 낳은 지 40여일이 지났습니다. 찬바람이 난다는 입추였습니다. 저녁 6시 무렵 마당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울안으로 돌아서자 노순이가 앞장을 서고 새끼 네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뒷집에서 가장 빠른 지름길인 화계(花階)를 질러 왔습니다. 오리 어미를 뒤따르는 새끼들처럼 새끼 고양이들은 뒹굴고 자빠지고 뛰어 내려 뒤울안 평상 밑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저녁 찬으로 어머니가 말린 망둥어 찜을 내놓았습니다. 뒷집 형수가 건네 준 밑반찬입니다. 해가 묵어 그런지 맛이 없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노순이가 부엌샛문 방충망 너머에서 야 ~ ~ 옹 ! 졸라댔습니다. 나는 찐 망둥어 두 마..

뒷집 새끼 고양이 - 15

노순이가 세 배 째 새끼를 낳았습니다. 첫 배는 뒷집 광의 종이박스에 낳았지만, 도둑고양이한테 해코지를 당해 모두 잃었습니다. 두 배 새끼는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 몰래 낳아 젓을 먹였습니다. 첫 배와 두 배 모두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세 배 째는 자기를 닮은 새끼 네 마리를 낳았습니다. 두 마리는 흰 바탕에 노란 무늬가 얼룩졌고, 두 마리는 어미를 꼭 빼 닮았습니다. 노순이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첫 배와 두 배 새끼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새끼를 낳고 두문불출하던 노순이가 우리집에 마실을 왔습니다.야 ~ ~ 옹! 소리에 텃밭에서 김을 매던 어머니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노순이가 어머니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반가움에 개사료를 플라스틱 그릇에..

뒷집 새끼 고양이 - 12

노순이가 디딤돌에 올라 앉아 마루로 올라설까 눈치를 살핍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폭풍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먹을거리는 포대가 보이듯 개사료입니다. 고양이 세 마리는 개사료에 중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투실한 재순이가 발판에 깔린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노순이는 어쩔 수 없이 찬 장판에 웅크렸습니다. 검돌이가 개사료를 다 먹었는지 재순이를 향해 걸어옵니다. 미닫이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검돌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검돌이는 겁이 많아 인기척만 느껴도 줄행랑을 놓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살피는 녀석입니다. 지금도 한껏 겁먹은 눈길로 마루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부엌 샛문 틈새를 방풍테이프로 ..

길냥이를 찾습니다.

녀석의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아침저녁 산책에서 녀석을 만난 지 일 년을 넘어섰습니다. 반가움에 그냥 ‘나비야! 나비야!’하고 부르면 녀석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이미지에 나타난 것처럼 녀석의 특징은 꼬리에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에 산다는 눈표범처럼 꼬리가 아주 튼실합니다. 달리는 속도의 몸의 중심을 잡는 키 역할로 굵고 탐스런 꼬리가 받쳐줍니다. 녀석의 눈·코·입·귀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여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산책에서 만나면 녀석은 제 양 정강이를 번갈아 비비며 반가움을 표합니다.봉구산 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에 올라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어름이면 고구마밭, 고추밭, 다랑구지를 지나는 오솔길에서 녀석은 어느새 저의 뒤를 쫓아 앞질러 달려갑니다. “나비야, 나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