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24절기에서 열여덟 번째 절기 상강霜降을 이틀 앞두고 있었다. 상강은 한로寒露이후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며 밤에 기온이 떨어져 서리가 내린다는 늦가을의 절기였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일출은 반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다. 섬의 중앙에 솟은 봉구산을 넘어 햇살을 흩뿌리는 느리 마을의 아침은 더욱 늦었다. 손전화의 손전등으로 발밑의 어둠을 밝히며 봉구산 자락 옛길을 탔다. 대빈창 해변에 닿았다. 물때는 사리(일곱물) 이었다. 볼음도 군부대의 하늘이 불빛으로 훤했다. 나는 바다에 드리워진 금빛물결을 보며 아! 저것이 ‘달빛커튼’ 이구나 중얼거렸다. 우리나라 펜션 상호에서 가장 낭만적인 이름 〈달빛커튼 드리운 바다〉는 시인 함민복의 작명이었다. 나는 산책에서 돌아와 시인의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