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운주사
지은이 : 박노정
펴낸곳 : 펄북스
- 선풍기는 작년 여름에 ‘진주문고’ 서점을 운영하는 벗, 여태훈 사장에게서 선물받은 것 - (55쪽), - ‘진주문고’ 여태훈 사장이 찾아왔다. 차를 마시며 그 고통을 이야기를 했다. - (237쪽) 박남준 산문집 『스님, 메리크리스마스』를 통해 진주문고와 여태훈 대표를 알게 되었다. 진주는 인구 35만의 소도시다. 진주문고를 살린 이들은 진성회원 7만 명이다. 진주시민 5명에 1명꼴로 서점의 단골고객이다.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는 말했다. “모든 게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 지역은 황폐해졌잖아요? 지역문화가 거의 없다시피해요. 제대로 된 지역 콘텐츠를 제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펄북스’는 진주문고의 여태훈 대표가 차린 진주의 지역출판사다. 펄은 진주다. 펄북스는 첫 책으로 지리산 시인 박남준의 등단 30주년 기념 시집 『중독자』를 펴냈다. 시간은 흘렀고, 표지그림이 같은 두 번째 시집이 나왔다. 두 시집의 표지는 박진범의 「공중정원」을 파란과 녹색이라는 다른 색깔로 차이를 두었다. 『중독자』가 4쇄를 찍어내면서 표지그림이 바뀌었다.
지역출판사가 펴낸 두 번째 시집은 변방 시인의 대표작을 모은 시선집이었다. 4부에 나뉘어 모두 82편이 실렸고, 해설은 시인 김륭의 「거룩한 허기」다. 1부 19편은 시인이 살아오면서 마주한 인물들로,
장일순 / 민병산 / 천상병 / 법정스님 / 이오덕 / 권정생 / 이선관 / 채현국 / 김열규 / 김장하 / 김재섭 / 노무현 / 김종철 / 서정춘 / 김진숙 / 강증산 / 단재 선쟁 / 김종삼
이 등장하고, 2·3부 46편은 시인의 삶의 편린들과 경험을, 4부 17편은 절을 찾아서,
운주사 / 인각사 / 미황사 / 칠불사 / 해인사 / 원효암 / 장곡사 / 불회사 / 만어사 / 화엄사 / 무위사 / 감은사 터 / 무량사
변방 시인 박노정은 진주에서 지역운동에 헌신한 운동가 시인이었다. 평생을 올곧게 진주에서 민주화·언론·인권 운동을 펴 온 시인의 이력이 새로웠다. 나는 시선집에서 오랜만에 민중시의 감동을 맛보았다. 마지막은 「자화상」(62쪽)의 전문이다.
최고만이 미덕인 세상에서 / 떠돌이 백수건달로 / 세상은 견뎌 볼 만하다고 / 그럭저럭 살아 볼 만하다고 / 성공만이 미덕인 세상에서 / 끝도 시작도 없이 / 가랑잎처럼 정처 없이 / 다만 가물거리는 것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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