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흔들리는 생명의 땅 섬
지은이 : 이세기
펴낸곳 : 한겨레 출판
‘한국전쟁 와중에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지식인들이 덕적도 앞 먹염(墨島)바다에 수장’(47쪽) 그렇다. 시인을 처음 만난 책이 시집 『먹염바다』(실천문학사, 2005)였다. 시인의 고향은 덕적군도 문갑도다. 문갑도에 딸린 무인도가 먹염(墨島)이었다. 섬 살이가 몸에 배어 가면서 섬·바다·갯벌을 시제(詩題)로 삼은 시집을 찾았다. 그때 눈에 뜨인 것이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품절 상태였다. 온라인 중고샵을 통해 어렵게 손에 넣었다. 욕심을 내 두 번째 시집 『언 손』(창비, 2010)을 책씻이했다. 세 번째 시집을 기다리다 난데없이 이 책을 만났다. 《문화의 길》 시리즈 10번째 책은 인천지역 섬들의 역사, 문화, 사람, 자연에 대한 인문학적 종합 보고서였다.
덕적도 / 문갑도 / 울도 / 지도 / 백아도 / 굴업도 / 소야도 / 소이작도 / 대이작도 / 승봉도 / 자월도 / 장봉도 / 대연평도 / 소연평도 / 대청도 / 석모도 / 주문도 / 볼음도 / 교동도 / 대부도 / 영종도 / 영흥도
책에 나오는 서해 섬들이다. 만도리 어장은 우리나라 3대 어장으로 불리던 곳으로 민어와 새우가 지천이었다. 옹진 장봉도의 무인도 동만도와 서만도 주변 어로구역이다. 블로그에 올린 「나의 쉼플레가데스」에서 ‘충돌하는 두 개의 바위섬’으로 묘사한 섬이다. 대빈창 해변 산책을 나가면 한결같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풍광이다. 시인은 배를 타고, 연도교(連島橋)를 건너 교동도에 두 번 발걸음을 했다. 교동도의 지리적 중요성은 ‘삼도요충양경인후(三島要衝兩京咽喉)’, 국가인후지지(國家咽喉之地)라는 표현에서 잘 알 수 있다. 경기·충청·황해 3도의 요충지. 수도 고려 개경과 조선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시인의 발걸음은
교동향교 / 교동읍성 / 동진나루 / 교동수영의 상징 응암(鷹巖) / 남산포 계류석(繫留石) / 조선시대 한증막 / 고구려 관미성 흔적 화개산성(華蓋山城) / 해양도시 청주벌 / 송암 박두성 생가터 / 연산군 위리안치지 / 철종 잠저지 / 고려 21대 희종 궁궐터 경원전 / 당산목 사기리 은행나무·고구리 물푸레나무
에 머물렀다. 시인은 인천섬연구모임 운영위원장으로 천민자본주의의 섬 사유화에 대해 우려했다. “섬을 황폐화의 길로 내모느냐, 아니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섬답게 보존하느냐는 오랫동안 정주하며 삶을 일구어 온 섬주민들이 결정할 몫”이라고. ‘섬사람들은 지금도 쾌속선보다는 누워 갈 수 있는 완행 철부선을 선호한다. 지루하기까지 한 이 배는 선실이 방으로 되어 있어 누워 가기 안성맞춤이다.’(6 ~ 7쪽) 강화도에 딸린 섬들이 육지화되고 있다. 교동도(喬桐島)는 연도교(連島橋)가 놓여 차량으로 섬을 드나들 수 있다. 관음도량 보문사로 유명한 석모도도 연도교 개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강화의 섬중 선실에 누워 지루하게 갈 수 있는 섬은 내가 살고 있는 서도(西島)의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와 석모도에 딸린 미법도, 서검도만 남았다. 배려와 인심이 살아있던 섬 공동체가 수지타산을 앞세우는 도시화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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